[더팩트ㅣ송호영 기자] 제21대 대선 열기가 뜨거워지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배우자들에게 관심이 쏠린다.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와 김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여사가 주인공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퍼스트레이디' 지위에 오를 이들이기에 그들의 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두 배우자는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김 씨는 1966년 충북 중원군(현 충주시)에서 태어났다. 이후 1985년 숙명여대 음대에 입학했고, 1990년 졸업했다. 같은 해 김 씨는 유학을 준비하던 중 이 후보와 인연을 맺게 된다.
당시 이 후보는 김 씨를 처음 보자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반면 김 씨는 이 후보의 첫인상에 대해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이 후보가 소개팅 다음 날 김 씨에게 "바다를 보러가자"고 말하면서, 두 사람은 급격히 가까워졌다.
이 후보는 그 후 6개월가량이 지나 김 씨에게 청혼했다. 김 씨는 청혼 당시 이 후보가 자신의 일기장을 준 것을 두고 "그게 프로포즈였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두 사람의 결혼이 쉽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김 씨는 음대를 졸업할 수 있었던 '중산층'이었고, 이 후보 본인은 변호사이긴 하지만 가족들은 어렵게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씨는 "이 사람과 포장마차를 해도 괜찮겠다"고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결혼 이후 두 사람은 경기 성남시에 터를 잡고 1992년과 1993년 연달아 아들을 낳았다. 이후 김 씨는 육아와 가사를 책임지게 됐다.
김 씨는 2006년 이 후보가 성남시장 선거에 나선 후로 본격적인 '정치인 이재명'을 내조하기 시작했다. 다만 김 씨의 내조가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2011년 이 후보가 성남시장이었을 당시 김 씨가 관용차량을 이용했다는 의혹이 있었고, 이 후보의 형인 재선 씨의 딸과 통화 중 욕설과 협박을 했다는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022년 대선을 앞두고는 김 씨가 경기도 법인 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김 씨는 지난 2021년 8월 2일 서울의 한 중국집에서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 3명, 자신의 운전기사와 수행원 등 6명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로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김 씨는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 12일 수원고등법원에서 진행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과 같은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설 씨는 1953년 11월 24일 전남 고흥에서 출생, 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네 살 때부터 순천에서 성장했다. 이후 순천여고를 졸업한 설 씨는 고려대학교 국문학과를 지원했으나 낙방했고, 1973년 상경해 친척 집에서 재수생활을 했다.
1977년 세진전자에 입사한 설 씨는 이듬해인 1978년 노동조합 분회장이 됐다. 설 씨는 문학과 사회과학 서적을 읽으며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평생 이 일을 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설 씨는 금속노조 남서울지부 여성부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설 씨는 노조 분회장이 됐던 바로 그 해 김 후보와 처음 만났다. 당시 김 후보는 구로공단에 위치한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설씨는 김 후보의 첫 만남을 두고 "파란 작업복이 참 잘 어울렸고 순수하고 착해보였다"며 "세상에 물들지 않은 깨끗하고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김 후보와 설 씨는 1981년 9월 26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교회에서 결혼했다. 설 씨는 웨딩드레스가 아닌 원피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렸는데, 평상복을 입고도 결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이유였다.
김 후보는 당시를 "우리는 청첩장도 없고, 드레스도 없었다"며 "하객도 그냥 전투경찰 버스 4대뿐이었다"고 회고했다. 경찰이 유명 노동운동가였던 두 사람의 결혼식을 '위장 결혼식'으로 보고 경찰 버스를 대기시킨 것이다.
김 후보 부부는 1982년부터 15년간 서울대학교 앞에서 사회과학 서점을 운영하며 노동운동을 이어갔다. 설 씨는 1994년 김 후보가 민주자유당에 입당해 정치활동을 시작한 이후 내조에 집중하고 있다. 김 후보 부부의 딸 동주 씨는 사회복지사이며, 2011년 대학 동창과 결혼하고 이듬해 득남했다.
이처럼 다른 삶을 살았던 김 씨와 설 씨지만 두 사람 사이에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가 경기지사, 이 후보가 성남시장이었을 당시 김 씨와 설 씨가 알게 됐고 김 후보 부부가 손주를 얻었을 때는 김 씨가 손주 옷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전문가들은 후보 배우자들에 대한 관심과는 별개로 이번 선거에서 배우자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14일 통화에서 "지난 대선 때에는 윤석열 당시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와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모두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이번 대선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며 "물론 김혜경 씨가 이번에 벌금형을 선고받기는 했지만 저번만큼 부각이 되지는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평론가는 "김혜경 씨가 설난영 씨에게 손주 선물을 줬을 만큼 친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대선의 후보 배우자들은 지난 대선처럼 적대적이지 않고 훈훈한 관계를 가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이번 대선에서는 다른 이슈가 많아 배우자의 영향력이 절대적인지 의문이 든다"며 "지난 대선 당시의 김건희 여사 상황과는 다르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