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하정우, '로비'도 실패…벗어나지 못한 부진의 늪


세 번째 연출작 '로비', 누적 관객 수 25만 명 기록 중

배우 겸 감독 하정우의 로비가 누적 관객 수 25만 명(25일 기준)에 그치며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 /장윤석 기자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하정우가 감독으로서도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렇게 그는 결국 10년 만에 선보인 연출작도 흥행에 실패하면서 더욱 뼈아픈 성적표를 받게 됐다.

2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로비'(감독 하정우)는 전날 67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41위에 이름을 올렸다. 누적 관객 수는 25만 9813명이다. 지난 2일 스크린에 걸린 '로비'는 개봉 첫날 3만 7158명의 관객을 기록하며 이병헌의 '승부'에 밀려 2위로 출발했고, 이후에도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결국 작품은 이날 IPTV와 케이블 TV VOD 서비스를 시작하며 극장가에서 씁쓸하게 퇴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비'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 분)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롤러코스터'(2013)와 '허삼관'(2015)을 연출했던 하정우의 세 번째 연출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는 골프장 내에서 여러 비즈니스가 오가는 것을 보고 대한민국 최초의 로비 골프 세계를 영화적 상상력과 접목시키면서 '로비'의 이야기를 시작했고, 김의성 강해림 이동휘 박병은 강말금 최시원 곽선영 등으로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을 완성했다.

특히 하정우는 '비운의 명작'으로 회자되는 '롤러코스터'의 정신과 철학을 이어받으면서도 그때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했다고 자신한 바 있다. 제한된 공간인 비행기에서 탁 틔인 골프장으로 장소를 확대했고, 창욱의 로비를 시작으로 결말로 향해 가는 이야기 라인을 잡아놓고 캐릭터를 배치하면서 드라마를 더욱 부각시켰다는 설명과 함께 말이다.

하정우가 10년 만에 선보이는 연출작 로비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쇼박스

그리고 하정우는 개봉 전부터 '전지적 참견 시점'과 'SNL 코리아' 시즌7 등 여러 예능프로그램과 '요정재형' '나영석의 와글와글' '용타로' '성시경의 먹을텐데' 등 각종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하며 홍보 총력전을 펼쳤고, 무대 인사에서도 관객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보다 더 많은 관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의 '열일' 행보는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현재 극장가의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것이 주된 원인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그도 그럴 것이 '승부'는 손익분기점(180만 명)을 넘김과 동시에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두 번째로 200만 고지를 밟았고, 강하늘 주연의 '야당'은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100만 관객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로비'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다른 한국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저조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가볍게 보기 좋은 코미디 영화'라는 평도 있지만 대부분의 관객이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잘 풀어내지 못한다' '접대 골프 영화 같았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 등과 같은 관람평(네이버 기준)을 남긴 것을 통해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골프를 잘 모르는 일부 관객들에게 작품의 소재는 진입장벽이 됐고, 러닝타임 내내 하정우 감독 특유의 말맛과 티키타카만 이어지면서 탄탄한 캐스팅 라인업을 구축한 배우들의 쓰임이 아쉽다는 점 등이 부정적 평가의 주된 이유였다. 그렇기에 극장 티켓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는 대중이 보다 다양한 장르를 편하게 고를 수 있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호불호'가 강하게 나뉜 '로비'는 결국 입소문을 타지 못하면서 관객들이 외면하고 만 작품이 됐다.

다시 말해 실화를 다룬 '승부'와 마약 수사의 뒷거래 현장에 실제로 존재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야당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브로커를 주요 소재로 처음 다룬 '야당'처럼 관객들을 확 사로잡는 포인트가 없었던 것.

하정우는 브로큰 하이재킹 비공식작전(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등으로 꾸준히 관객들을 만났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스코어를 기록하며 흥행 부진을 겪고 있다. /작품 포스터

물론 배우나 감독들이 매 작품 놀라운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그러나 '충무로 흥행 보증 수표' '최연소 누적 관객 수 1억 배우' 등의 수식어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수많은 흥행작을 탄생시켰으나 최근 거듭된 흥행 참패를 기록한 하정우에게 또 한 번의 부진 성적표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절치부심 끝에 10년 만에 내놓은 자신의 연출작으로 얻은 결과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정우는 코로나19 이후 '클로젯'(127만 명)을 시작으로 '비공식작전'(105만 명) '1947 보스톤'(102만 명) '하이재킹'(177만 명)까지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스코어를 기록한 것. 심지어 지난 2월 개봉한 '브로큰'은 누적 관객 수 19만 명에 그쳤고, 실관람객들이 직접 평가하는 CGV 골든에그지수는 한때 59%까지 내려가며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자신을 향한 대중의 냉정한 평가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하정우는 '로비'로 이러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중요한 기로에서 또 한 번 부진하며 '믿고 보는 배우'에서 한 걸음 더 멀어지는 결과만을 낳았다.

이러한 하정우의 계속되는 부진은 다음 작품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거듭된 흥행 실패는 그가 내놓는 신작에 기대감을 심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하정우는 네 번째 연출작 '윗집 사람들'(가제)로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이는 스페인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층간 소음으로 만난 두 부부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며 벌어지는 소동극을 그린다. 하정우를 필두로 공효진 이하늬 김동욱 등이 출연한다.

앞서 하정우는 '브로큰' 개봉 당시 <더팩트>와 만나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에 관해 "정확히 이유를 파악할 수 없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어떠한 깨달음과 변화가 분명히 있을 거다. 다음 작품을 하고 홍보를 할 때 조금씩 나아지는 부분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예상치 못한 흥행을 경험해 본 적도 있고 말도 안 되게 연달아서 잘 안되던 시기도 있었다. 다 때의 문제인 것 같고 중요한 건 그 시기와 때가 더 길어지느냐, 짧게 끝내고 반등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늘 감독님과 힘을 합쳐서 최선을 다한다. 특별한 묘책은 없다"고 자신의 생각을 꺼낸 바 있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하정우의 부진은 꽤 길게 이어지고 있다고 느껴진다. 이 가운데 '로비'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을 그가 다음 작품으로는 어떤 변화를 보여주고 반등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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