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지향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부과 검토 소식에 긴장했던 자동차 업계가 미국 하원의장의 제외 가능성 언급에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관세 부과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해도 자동차 업계는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13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백악관이 일부 품목에 대해 다르게 대응할 가능성이 있으며 자동차와 의약품도 그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하원의원들과의 회동에서 일부 품목에 대해 관세 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과 맥락을 같이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으며 예외나 면제는 없다"고 발언해 업계의 긴장감을 높였다. 수입 철강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자동차 등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해당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자동차 업계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량은 약 143만대로, 전체 자동차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수출 금액만 약 347억4000만달러(약 50조원)에 달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2024년 북미 시장에서 역대 최고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전년 대비 4.8% 증가한 91만1805대, 기아는 1.8% 증가한 79만6488대를 미국에서 판매했다. 두 회사의 합산 판매량은 170만8293대로 전년 대비 3.4% 성장했다.
이에 현대차 울산공장과 한국GM 창원공장 등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생산 거점들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내 판매 가격 상승으로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자동차가 상호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은 계속 나왔다. 관세가 부과될 경우 외국 자동차 업체들뿐만 아니라 미국 내 완성차 제조업체들도 가격 경쟁력을 잃으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당시에도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자동차 관세 부과를 추진했지만 포드와 GM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반발 등으로 최종적으로 시행하지 못했다. 최근에도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자동차 산업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 완성차 업계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관세 제외 가능성이 언급됐지만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목표나 협상 전략에 따라 다시 강경한 무역 정책을 꺼내 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당분간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와 정부는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자동차 산업의 대미 투자를 확대하고 아세안 등 신흥 시장으로 수출 다변화를 추진해 리스크를 분산할 방침이다.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으며 유럽·독일·일본 등 주요 자동차 협회와 협력해 보호무역주의에 공동 대응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에 대응해 미국 내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앨라배마 공장에 이어 조지아 신공장의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으며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 건설에도 투자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생산 능력을 강화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GM과의 협력을 통해 북미 지역 공급망을 안정화하며 배터리 및 전기차 부품 조달 협력을 확대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북미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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