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승계' 이재용 2심도 무죄…검찰 증거 거듭 불인정(종합)


최지성·장충기 등 함께 기소된 임직원 모두 무죄
2심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도 받아들이지 않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재판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장윤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재판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송다영·선은양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재판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과 마찬가지로 19개 혐의 모두를 무죄로 봤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부장판사)는 3일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13명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 서버 등 검찰이 제출한 주요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영장주의 및 적법절차 원칙의 실질적 내용이 침해됐다"며 "위법수집증거 예외를 인정할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2심에서 새롭게 제출된 증거 역시 같은 이유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했다. 형사 사법의 정의 실현을 위해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돼야 할 여지도 없다고 못박았다.

합병 과정에서 부정거래 행위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사회 결의, 합병계약, 주주총회 승인, 주주총회 이후 자기주식 집중 매입을 통한 인위적 주가 관리 등 일련의 절차에서 합병비율, 시점 결정이 임의적이었다거나 허위 정보가 공표됐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계부정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회사 측 재무제표 처리가 재량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냈다. 재판부는 "주석 공시가 일부 미흡했을 뿐 고의적인 허위 정보 제공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서울행정법원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일부 분식회계 인정 판결을 토대로 한 예비적 공소사실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비적 공소사실은 주된 기소 내용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예비적으로 추가한 혐의를 말한다.

업무상 배임 혐의 역시 "합병의 필요성과 합병 비율 등에 대한 배임 사실이 인정되지 않고 공모관계나 재산상 손해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일부 피고인들의 증언도 위증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선고 직후 이 회장 측 변호인은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제는 이 회장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1시 40분께 법원에 도착한 이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이 회장은 약 1시간 뒤 선고 재판을 마치고 나올 때도 입장 표명 없이 법원을 빠져나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장윤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장윤석 기자

검찰은 지난해 11월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1심 구형량과 같은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실장과 김종중 전 전략팀장에게는 징역 4년 6개월과 벌금 5억 원을, 장충기 전 실 차장에게는 징역 3년과 벌금 1억 원을 구형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최후변론에서 "합병 추진을 보고받고 두 회사의 미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개인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 주주에 피해를 입힌다거나 투자자들을 속인다든가 하는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삼성이 맞이하고 있는 현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녹록지 않다"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강화를 목적으로 미래전략실 주도하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부당하게 계획·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회계 부정·부정거래 등 불법행위를 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 주도하에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도록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췄다고 봤다. 이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만들기 위해 거짓 정보를 유포하고 주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자사주 집중 매입 통한 시세 조종 등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이었다는 논란을 피하고자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회사 가치를 4조 5000억 원가량 부풀린 혐의도 적용됐다.

1심 재판부는 두 회사 합병이 이 회장 승계나 지배력 강화만이 목적이라고 볼 수 없고 합병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다며 이 회장의 19개 혐의 모두를 무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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