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불법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법정에서 설전을 벌였다. 김 전 부원장이 돈을 주고받은 구체적인 시기·장소에 대해 추궁하면서다. 재판부는 피고인 직접 신문 방식이 정제되지 않았다며 중재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을 열고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김 전 부원장 측 반대신문이 이뤄졌다.
직접 신문할 기회를 얻은 김 전 부원장은 "제가 돈을 언제, 어떻게 달라고 했느냐"며 정치자금을 요구한 시기를 물었다. 유 전 본부장은 "잠시만 기다려달라. 전화했는지 만났는지 기억을 해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참 뒤 유 전 본부장은 "받은 사람이 제일 잘 기억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아마 (2020년) 7월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 전 부원장은 "공소장에는 6월경이라 돼 있는데 이를 부인하는 건가"라며 "정치자금을 건넬 때는 언제 건네는지가 너무 중요하지 않냐"고 추궁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받은 사람이 더 잘 알 것"이라며 언성을 높였다.
두 사람은 돈이 오간 장소에 대해서도 언쟁을 했다. 김 전 부원장이 "당시 돈을 줬다는 장소 인근인 경기도청 공사상태가 어느 정도였느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공사가 마무리되기 전이어서 펜스가 쳐져 있고 유리창을 깔았던 단계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김 전 부원장이 "현장에 직접 가보지 않은 것 않고 경기도청 인근 북측도로를 네이버로 본 것 아니냐"고 반박하자 유 전 본부장은 다시 언성을 높이며 "우측변 공원에서 함께 담배를 피우며 얘기했던 것도 기억이 안나냐"고 따졌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자 재판장은 "파고인의 신문 방식이 정제되지 않은 것 같다"며 김 전 부원장의 직접 신문보다 변호인이 질문하는 게 바람직 할 것 같다고 중재했다.
김 전 부원장은 2021년 4~8월 4차례에 걸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경선 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8억 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자금 전달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일부 자금을 썼다고 간주해 김 전 부원장이 실제 받은 돈은 6억 원으로 보고 있다.
돈이 오간 시기는 △2021년 4월경 △6월 초순경 △6월경 △8월경 정도로 특정했다.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인 김 전 부원장 측은 2년이 채 되지 않은 사건의 날짜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한 점을 파고들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돈을 건넨 날짜를 특정하지 못한 것에 대해 "(날짜를 특정한다면) 수첩에 꼬박꼬박 적어놓았다는 것밖에 안되지 않느냐"며 "사람은 날짜를 특정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 날짜를 써둔다는 건 고발을 염두에 뒀다는 것인데 당시 저와 정진상 등은 그런 사이가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김 전 부원장은 2020년 대선 후보 경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 정 전 실장과 공모해 남 변호사로부터 8억47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과 공모해 대장동 일당에게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에는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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