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회사 승인 없이 출장을 가고 잦은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노동자가 법원에서 구제됐다. 기존 업무 관행대로 출장 처리를 했고, 평소 용인하던 지각을 뒤늦게 문제 삼은 건 위법하다는 이유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A 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사에서 근무하는 B 씨는 2020년 6월 △회사 승인 없는 출장·영수증 제출 △사전 승인 없는 연차 사용 및 지각 등 근무태도 불량 △사업장 내 불량한 언동 등을 이유로 해고됐다.
B 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이에 B 씨는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고, 중노위는 부당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 사는 이 같은 중노위 결정을 물러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 판단도 같았다.
법원은 B 씨의 해고 사유가 상당 부분 사실이지만 해고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B 씨가 회사의 업무지시를 위반해 승인 없이 출장을 간 건 업무상 절차 위반에 불과하고, 출장 관련 비용 처리 역시 기존 업무 관행대로 신청한 것으로 보이며 액수도 경미하다"라며 "B 씨의 늦은 출근 역시 통근 거리가 멀었고, A 사는 B 씨의 출근 문제를 장기간 문제 삼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종전에 문제 삼지 않던 사유에 대해 갑작스레 참가인에게 무거운 징계처분을 내리는 건 형평성 원칙에 어긋난다"라고 덧붙였다.
B 씨는 A 사의 실질적 대표인 C 씨와의 학연으로 입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B 씨 C 씨는 근로계약 내용과 관련한 이견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졌고, 해고 통보 무렵 B 씨는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문제 된 불량한 언동도 상급자들이 퇴장한 뒤 같은 처지에 있는 직원들과 그동안 쌓인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기업 질서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B 씨는 회사 초창기부터 장기간 회사에 기여했고, 해고 사유가 전적으로 B 씨의 책임이라 보기도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A 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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