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빅4' 중 홀로 웃었다…한화솔루션, 불황 속 호실적 비결은


한화솔루션, 지난해 매출·영업이익 사상 최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실적 개선 이끌어

한화솔루션이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한화솔루션이 지난해 영업이익 1조 원에 근접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러한 호실적은 이른바 '화학 빅4'로 불리는 기업 가운데 유일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앞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업계 불황에 따른 부진한 성적표를 잇달아 내놨다. 한화솔루션만 홀로 웃을 수 있었던 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17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전날(16일) 오후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연간 실적과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연간 매출은 13조6539억 원, 영업이익은 9662억 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각각 27.3%, 30.9% 늘었다. '영업이익 1조 클럽' 입성에는 실패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새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4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6% 늘어난 3조9288억 원, 영업이익은 116.3% 증가한 1822억 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화학 빅4'의 실적 발표는 모두 마무리됐다. 결과적으로 한화솔루션이 유일하게 웃었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지난해 업계 불황에 따라 나란히 실적 쇼크 수준의 낮은 수익성을 보였다. 지난해 업황과 관련해 신학철 한국석유화학협회장(LG화학 부회장)은 "석유화학 업계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와 함께 초유의 고유가 현상 지속, 공급 과잉, 세계적 수요 둔화가 겹쳐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LG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9957억 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40.4% 감소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1473억 원으로, 전년 대비 52.3% 급감했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전년과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 손실 규모는 7584억 원에 달한다.

한화솔루션은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석유화학 사업을 다루는 케미칼 부문에서 비교적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상반기까지 안정적 수익 구조를 유지했으나, 하반기부터 불황의 파고를 피하지 못했다. 케미칼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3.7% 줄어든 5889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를 보면, 2018년 4분기 이후로 4년 만에 분기 적자(321억 원)를 냈다.

그런데도 '나 홀로 호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힘을 준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화솔루션의 실적 개선을 이끈 건 신재생에너지 부문이었다. 한화솔루션은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매출 5조5685억 원, 영업이익 3501억 원을 기록했는데,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56%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 2조820억 원을 기록, 분기 처음으로 2조 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2319억 원)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에 진출한 2011년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규모"라고 강조했다.

태양광 사업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화

그동안 한화솔루션의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다. 2020년 4분기부터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탓이다. 그러나 한화솔루션은 김동관 부회장 주도 아래 태양광 등에 대한 투자를 이어 나갔고, 지난해 2분기 흑자(영업이익 352억 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영업이익 1972억 원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이번 성적표로 인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회사 차원의 확신은 더욱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사업 경쟁력을 지속 강화하기 위한 계획표를 마련했다. 회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까지 미국 조지아주에 3조2000억 원을 투자해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솔라 허브'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 규모는 미국 태양광 에너지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다. 단일 기업이 북미 지역에 태양광 핵심 밸류체인별 생산 라인을 모두 갖추는 건 처음이다.

우선 지난 2019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조지아주 달튼 공장의 생산 능력을 올해 말까지 5.1GW로 늘린다. 이어 내년 말 상업 생산을 목표로 조지아주 카터스빌에 각각 3.3GW 규모 잉곳·웨이퍼·셀·모듈 통합 생산 단지를 건설한다. 이러한 투자 계획이 마무리되면 현지 모듈 생산 능력은 총 8.4GW로 늘어난다. 8.4GW는 실리콘 전지 기반 모듈을 만드는 태양광 업체 생산 능력으로는 북미 최대 규모다. 미국 가구 기준 약 130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 가능한 전력량이다.

한화솔루션은 이번 투자로 기후변화 대응과 재생에너지 산업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IRA가 본격 발효된 올해부터 현지에서 태양광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세액 공제를 포함한 다양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구영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솔라 허브' 조성은 미국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최대한 활용해 경쟁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며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태양광 사업 매출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의 올해 실적 목표는 '영업이익 1조 원' 돌파다.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신재생에너지 사업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란 판단에 따른 목표 설정이다. 신용인 한화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 등으로 올해 경영 환경도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다"면서도 "IRA 시행에 따라 미국 태양광 시장 확대가 기대되는 만큼 올해 처음으로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 달성을 목표로 성장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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