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먼저 챙긴 이재용 삼성 회장…연말 발걸음 더 빨라진다


이재용 회장 취임 약 2주간 '상생'에 집중
중소기업 방문해 '미래 동행' 제시
추후 '글로벌 리더' 행보 기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8일 삼성전자로부터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은 부산 소재 중소기업 동아플레이팅을 방문해 제조 현장을 둘러본 뒤 직원들과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한 지 약 2주가 지났다. 예상했던 '뉴삼성' 비전 발표는 없었지만, 두 차례 국내 현장 방문을 통해 '미래 동행' 철학을 제시, 이재용 회장이 앞으로 추구할 핵심 가치를 엿볼 수 있었다는 평가다.

재계는 추후 이재용 회장의 경영 보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주요 인사와의 만남, 해외 출장 등 '글로벌 리더' 행보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재용 회장이 선대회장 35주기, 정기 인사 등 연말까지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 신경영 구상을 조금씩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 '미래 동행' 힘 실은 이재용 회장

12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지난달 27일 회장 취임 이후 현재까지 활발한 경영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공개 현장 방문은 총 두 차례로, 모두 중소기업을 찾아 상생 협력을 강조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먼저 취임 하루 만인 지난달 28일 광주에 있는 협력회사를 찾았고, 이어 지난 8일 부산에 있는 스마트공장 지원 중소기업을 방문해 '사회와의 동행'을 약속했다. 그는 중소기업 직원들과 소통하며 "협력회사가 잘돼야 우리 회사도 잘된다",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상생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 등의 메시지를 냈다.

이는 상생 경영에 대한 이재용 회장의 관심과 의지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평소 이재용 회장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동행' 철학을 강조해왔다. 회장 취임 직후 경영진과 임직원에게는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 나아가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의 '상생 경영'을 상징하는 키워드로 '미래 동행'을 제시한 상태다. 이재용 회장은 현장 방문 등을 통해 '미래 동행' 행보를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아직 '뉴삼성' 비전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재계는 11월 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을 맞아 '뉴삼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결과적으로 이재용 회장은 창립 53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뜻에서 행사 규모를 축소한 삼성전자는 조용하고 엄숙하게 기념식을 마쳤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연말까지 바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2020년 5월 중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코로나19 검사 후 호텔을 빠져나오는 모습. /더팩트 DB

◆ 연말까지 '광폭 행보' 이어질 듯

재계는 이재용 회장의 경영 보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불확실한 대내외 여건을 돌파하기 위한 강력한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이다. 당장은 주요 인사와의 회동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재용 회장은 최근 방한한 데이비드 칼훈 보잉 회장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방한 예정인 ASML 경영진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오는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 소식에 재계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친분이 두터운 이재용 회장과의 만남이 성사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은 2019년 이후 3년 만으로, 당시 이재용 회장은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다른 총수들과 함께 승지원에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환담 시간을 가졌다.

또한, 재계는 이재용 회장의 글로벌 경영 재개 시점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현재 해외 출장 예상지로는 다양하게 언급되고 있으며, 신사업 투자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장소를 택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매주 1~2차례씩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장기 출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회장은 전 세계 정재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할 예정이다.

이 밖에 올해 남은 주요 일정으로는 오는 19일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 35주기 추도식, 다음 달 12월 정기 사장단·임원 인사 등이 꼽힌다. 모두 회장 취임 직후 일정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추도식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회장은 앞선 2020년 추도식에서 "사업보국 창업 이념을 계승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연말 인사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신경영 구상을 엿볼 수 있을 전망이다. 변화보단 '안정'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재용 회장 체제'에서 새로운 청사진을 그릴 젊은 인재들이 대거 전면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재용 회장이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힌 만큼, 외부 인재 영입과 여성 인재 발탁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강도 높은 조직 개편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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