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안 받고 건강검진한 의사…법원 "수익 전액 환수는 위법"

제도 개편 뒤 일반건강검진 교육을 이수하지 않고 출장 검진을 한 의사에게 수익 약 4400만 원을 모두 환수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처분은 과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제도 개편 뒤 일반건강검진 교육을 이수하지 않고 출장 검진을 한 의사에게 수익 약 4400만 원을 모두 환수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처분은 지나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의사 A 씨가 공단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징수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씨는 내원·출장 검진 기관으로 지정된 병원을 운영 중이다. A 씨는 의사 B 씨를 고용해 2019~2020년 출장 검진 업무를 해왔는데, B 씨가 건강검진기본법상 건강검진 수행 의사가 이수해야 할 '일반건강검진 교육'을 받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공단은 B 씨의 건강검진 수행으로 발생한 수익 약 4400만 원을 부당이득금으로 보고 모두 징수했다.

B 씨는 2018년 건강검진 제도 개편으로 교육과정이 변경된 사실을 알지 못하고, 2015년 건강검진의사교육을 교육수료증을 발급받아 검진이 가능하다고 착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단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낸 A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이 점을 들어 "현행 건강검진 실시기준에 따른 교육을 이수한 의사의 진단 행위와 비교했을 때 질적 차이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공단 역시 제도 개편 사실을 간과한 정황이 있는 점에 비춰, 의사도 개편 전에 받은 교육수료증이 유효하다고 오인한 것이 큰 잘못이라 볼 수 없다며 A 씨의 손을 들었다. 실제로 B 씨는 A 씨의 병원에 입사한 뒤 개편 전 교육수료증을 공단에 제출했으나, 공단은 이를 그대로 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공단)는 검진 기관 지정기준인 검진 담당 의사의 교육과정 이수 여부를 검토, 확인해 그 결과를 원고(A 씨) 등에게 통보할 의무가 있으나 교육수료증이 종전 교육으로 유효하지 않음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A 씨 의원 소속 담당자들이나 원고가 교육수료증이 유효한 것으로 잘못 안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A 씨의 의원은 검진 기관으로 지정된 후 5년 이상 별다른 위반 행위 없이 건강검진을 시행해 왔다"라며 "검진 담당 의사가 받는 교육은 4시간의 온라인 교육을 통해 이수할 수 있는 것으로 B 씨는 피고의 연락을 받고 바로 현행 교육을 이수했다. 이 사건 처분 사유는 사소한 부주의나 오류로 인한 것으로 불법성의 정도가 크지 않다"라고 판시했다.

이어 "B 씨가 이수한 종전 교육 내용과 실제 건강검진을 시행한 내용 등에 비춰 검진 비용 전액을 환수하는 것은 과다할 뿐만 아니라, 검진 담당 의사가 이수해야 할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채 일반건강검진을 한 경우와 같이 취급하는 것은 형평에도 어긋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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