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청춘 함께한 공간 사라져 아쉬워”...폐점 앞둔 백화점 세이


코로나19·대형 유통업체 여파로 매각...매장 대부분 텅 빈채 마네킹들만 외롭게 서있어

지난달 투게더투자운용에 매각된 대전 중구 소재 백화점 세이의 정문. / 대전 = 김성서 기자

[더팩트 | 대전=김성서 기자] 대전 원도심 상권을 지켜오던 백화점 세이의 매각 소식에 지난 10일 자신의 아들과 함께 백화점으로 들어서던 한 40대 여성은 "어머 진짜 텅 비었네"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여성은 "매각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는데 젊은 시절을 함께 했던 공간 중 한 곳이 없어지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찾은 백화점 세이는 매장들이 대체로 텅 빈 채 마네킹들만 외롭게 서있었다. 1~5층 매장 대부분은 에스컬레이터 인근 매장만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고, 대부분의 매장은 ‘브랜드 사정으로 인해 영업이 종료됐다’는 안내문만 남긴 채 문을 닫거나 이전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전자제품과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6층은 비교적 정상적으로 운영을 이어가고 있었고, 7~8층에 위치한 문화센터는 불이 꺼진 채 오가는 사람 없이 적막이 감돌았다.

매장이 철수한 공간에 마네킹만 남아 있다. / 대전 = 김성서 기자

신관인 세이 투도 사정은 비슷했다. 지하 1층에 들어선 대형 신발 매장은 문을 닫은 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보였고, 지상 1~2층에 매장 대부분이 문을 닫은 채 몇몇 브랜드만 남아 영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식당 등이 들어선 5층과 6~8에 들어선 대형 영화관인 CGV만 정상 운영을 한 채 명목을 이어가고 있었다.

잡화점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몇 년간 사람이 줄어드는 것을 체감해 왔지만 이렇게 마무리를 짓게 돼 아쉬움만 남는다"며 "일이 손에 쉽사리 잡히지는 않지만 마지막 출근하는 그날까지 묵묵히 근무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쉬운 마음은 이곳을 자주 찾았던 단골 손님들도 마찬가지. 인근 대형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고 있다는 60대 김모씨는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방문했던 기억이 남아있다"면서 "가족의 추억이 담긴 장소 중 한 곳이 사라진다고 하니 섭섭한 마음이 들 따름이다. 장성한 자녀들도 비슷한 생각"이라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곳에 위치한 극장을 자주 찾았다는 30대 권모씨는 "대전 내 극장 중 예술영화와 독립영화 위주의 영화를 상영하는 ‘아트하우스’와 대형 스크린을 갖춘 ‘아이맥스(IMAX)관’이 동시에 있는 유일한 극장이라 학생 시절부터 자주 방문했다"며 "다른 지역으로 아이맥스관을 찾아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착잡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매장이 철수한 공간에 영업 종료를 안내하는 안내문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 대전 = 김성서 기자

13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대전 유일의 향토백화점인 백화점 세이는 지난달 대우건설·기업은행·교보증권·해피투게더하우스 등 4개사가 공동 출자한 투게더투자운용과 매각 본계약을 체결했다. 투게더투자운용은 지난 1월 대전 서구 탄방동에 위치한 세이백화점 탄방점 건물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6년 8월 들어서 대전 중구 등 원도심 상권을 지켜오던 백화점 세이는 2001년 신관인 세이 투, 2013년 탄방점을 잇따라 열며 지역 상권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대규모 아파트가 인근에 위치해 있고, CGV가 입점해 있어 극장을 찾는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매출 감소와 함께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대전신세계 아트&사이언스 등 대형 유통업체가 대전에 들어서며 경영난이 이어졌다. 결국 투게더투자운용에 매각돼 본관은 오는 7월부터 문을 닫을 예정이다.

본관에 들어선 매장들은 신관인 세이 투로 이전해 운영되며, 계약기간이 끝난 뒤에는 건물을 허물고 주상복합 건물이 등이 들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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