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정답결정 취소소송 첫 재판서 종결…17일 선고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저는 의사가 꿈입니다. 꿈을 위해 하고 싶은 것 참으며 1년 더 공부했습니다. 생명과학 II를 선택한 것도 의예과를 목표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생명과학 II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원고 이모 군)
"판사님, 제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어머니,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원고 김모 군)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 II 20번 문제의 정답을 둘러싼 소송 첫 변론기일에는 열아홉에서 스무살 남짓의 앳된 청년 30여 명이 방청석에 앉았다. 이들은 학교와 상반된 엄숙한 법정 분위기에 굴하지 않고 재판부를 향해 올바른 판단으로 꿈을 이룰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이번 연도 수능 생명과학 II 과목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낸 '2022 대학수학능력시험 정답 결정처분 취소소송'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발언 기회를 얻은 재수생 김모 군은 "제게는 생명과학연구원이라는 꿈이 있어 서울대 화학생명공학부에 가고자 마음먹었다. 고교시절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로 재수를 결심했고, 부모님께서는 아낌없는 지원과 응원을 보내주셨다"며 "부모님 성원에 보답하고 생명과학 II를 응시했지만 20번 문제를 마주했고, 출제 오류는 당연히 없을 거라 생각해 답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20번 때문에) 다른 문제를 풀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시험을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가원의 '이상 없다'는 처분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서울대는 1점으로도 합격이 갈리기 때문에 제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판사님, 제가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달라. 어머니,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도록 도와달라"라고 호소했다.
역시 꿈을 위해 재수를 택했다는 이모 군은 "제게는 의사라는 꿈이 있었다. 생명과학 II를 선택한 것도 의예과를 목표로 했기 때문"이라며 "제가 하고 싶은 걸 참아가며 1년을 더 열심히, 치열하게 공부했다. 평가원 문제는 깔끔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평가원에서 시행하는 6·9월 모의평가와 지난 수능을 분석하며 풀고 또 풀었는데 이러한 믿음이 깨져버렸다"라고 토로했다.
또 이 군은 "많은 분들이 '(20번 문제로) 뭐가 달라지냐'라고 하시지만 제게 1점은 정말 큰 문제다. 이 1점으로 대학이 갈라지고 학과가 갈라진다"라며 "그런데 (20번 배점인) 2점은 중요도가 얼마나 크겠느냐. 판사님께서 이러한 점을 고려해 판결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 II 과목의 응시자 92명은 이번 연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제에 오류가 있다며 평가원에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문항은 주어진 지문의 동물 두 집단에 대한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옳은 선지를 구하는 문제다. 출제 오류를 주장하는 응시자들은 지문에 따라 계산하면 특정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가 되는 오류가 있어 문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평가원은 문항 조건이 불완전하더라도 학업성취 수준을 변별하기 위한 평가 문항으로서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응시자들은 2일 법원에 본안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법원은 전날(9일)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답 결정을 유예하라며 응시자들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는 전국대학교입학처장협의회 관계자도 참석했다. 이 관계자는 "각 대학은 수험생 상황을 고려해 입시 결정 계획을 설계했고 이미 공지한 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 판결이 지연된다면 이달 16일 수시 최초합격자 발표를 할 수 없게 된다"며 판결을 14일 이전에 선고해달라고 촉구했다.
재판부는 "저희도 성급하지 않게 검토해 판결문을 쓰고 선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선고기일을 17일 오후 1시 30분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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