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비극' 이어지는데…기재·노동부, 인권위 권고 외면

석탄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발전회사의 인력·예산 문제를 개선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가 사실상 거부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열린 고 김용균 노동자 추모문화제 모습. /이새롬 기자

직접고용 권고에 "하청노동자 민간위탁 유지"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산업재해가 이어지는 석탄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가 사실상 거부했다.

인권위는 화력발전소의 필수유지업무 하청노동자를 발전회사가 직접 고용하도록 조직·인력·예산문제를 적극 개선하라고 산자부와 기재부에 권고했으나 수용하지 않았다고 14일 전했다. 5개 발전회사 대표에게도 직접고용을 권고했지만 어렵다는 회신을 받았다.

화력발전소 업무 대부분은 '국민 생명·건강 및 일상생활과 밀접한 필수유지업무'에 해당하지만 발전기·보일러설비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외주화로 운영된다.

원청과 하청 간 소통 문제로 위험상황에도 즉각 대처가 어려워 하청노동자의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가 많다.

실제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하루 평균 5.5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는데, 이 중 하청노동자 비율은 40%에 달한다. 특히 2014~2018년 5년간 5개 발전회사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20명이 전부 하청노동자였으며 부상자 384명 중 340명이 하청노동자였다. '위험의 외주화'가 '산업재해 외주화'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이에 인권위는 지난 2월 하청노동자 생명과 안전보호 등 노동인권 개선을 위해 5개 발전회사에 직접 고용을 권고했다. 산자부와 기재부에는 발전회사가 직접 고용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문제를 적극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산자부와 기재부, 5개 발전회사는 외주 시스템을 유지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들은 "경상정비 분야는 민간위탁을 유지하되 계약기간 연장 및 고용승계 등 고용안정 제고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답했다. 연료·환경설비 운전 업무에 종사하는 하청노동자들은 자회사를 만들어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인권위는 이들 기관이 권고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봤다. 인권위는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 개정됐지만 유사한 사고가 이어졌다"며 "정부는 위험의 외주화 문제 개선 및 일하는 사람의 생명·안전보호를 위해 전향적인 자세와 적극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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