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제2, 제3의 권력형 성범죄자들 막기 위해 선례 만들어야" 엄벌 호소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부하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한 구형이 연기됐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류승우)는 8일 오전 10시 301호 법정에서 오 전 시장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오 전 시장에 대한 결심공판이 열렸으나 오 전 시장 측이 양형조사를 신청하면서 결심공판은 21일로 연기됐다
양형 조사는 재판부가 선고를 위해 양형을 합리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양형 요소가 될만한 자료들을 수집·조사·평가하는 제도다.
이날 재판 시작 5분전 법원 후문에 모습을 나타낸 오 전 시장은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301호 법정으로 이동했다.
법정 앞에서도 혐의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거듭거듭 죄송합니다"는 말을 남기고 법정으로 이동했다.
이에 앞서 부산지법 앞에선 부산성폭력상담소 한 관계자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A 씨가 사전에 전한 편지를 대신 읽었다.
A씨가 적은 편지엔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지난해 4월 7일 오거돈 때문에 모든 생활이 엉망진창이 됐다. 샤워기 틀고 칼을 쥔 채 화장실에 혼자 앉아 있다 잠이 든 적도 여러 번이며 해가 떠 있을 때는 누가 쳐다보는 것 같아 불을 다 꺼놓고 산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또 "밤에는 누가 몰래 들어와 죽일 것 같아 온 집안 불을 다 켜놓고 지내다 해가 뜨는 걸 보고 잠이 든다"면서 "가족, 친구 등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 일로 마음 아파하고 영향을 받고 있다. 그냥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숨 쉬는 게 민폐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전했다.
이어 "오 전 시장이 합의를 시도했다"고 밝히면서 "재판을 한 달 앞두고 변호사가 오거돈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편지를 본 후에 정말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그랬는지, 얼마나 뉘우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반성도 없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제2, 제3의 권력형 성범죄자들을 막기 위해서라도 마땅한 선례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재판부에 엄벌을 호소하는 말도 전했다.
오 전 시장은 2018년 11월 부산시청 여직원을 성추행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다시 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그는 사퇴 직전인 지난해 4월 시장 집무실에서 또 다른 직원를 추행하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상해를 입힌 혐의(강제추행치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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