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정책 전환에 뿔난 주주들…6월 중 금감원 종합검사도 계획
[더팩트|윤정원 기자]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이목을 끌었던 메리츠증권의 향후 성적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바뀐 배당정책과 더불어 금융당국의 대대적인 종합검사로 인해 하반기에는 적잖은 험로가 예상된다는 견해를 내놓는다.
◆ 1000억 원대 탈피…메리츠증권 1분기 순이익 2117억 원
메리츠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2117억 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면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023억 원) 대비 106.8% 증가한 수준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18년 1분기부터 작년 4분기까지 12분기 연속 1000억 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2000억 원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1분기 영업이익과 세전이익은 각각 2847억 원, 288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6.7%, 112.3% 증가했다. 연결기준 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7.7%를 기록하며 전 분기와 견줘 4.9%포인트 상승했다. 순자본비율(NCR)은 지난 3월 말 기준 1546%로, 전년 동기 대비 642%포인트 개선됐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각 사업부문이 시장 변동성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차별화된 우량자산을 발굴했다"며 "철저한 리스크 관리 하에 모든 사업부문이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고 특히 트레이딩과 리테일 부문이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역대급 실적에 힘입어 메리츠증권맨들의 임금도 크게 늘어났다. '연봉톱' 증권사로 꼽히는 메리츠증권의 1인 평균 급여는 1분기에만 1억 원을 넘어섰다. 1억355만 원으로, 지난해 (8831만 원)와 비교해 17%가량 증가했다.
◆ 배당성향 순이익 10%로…주주들 '노발대발'
호실적에 메리츠증권은 웃음꽃을 피웠으나 앞길은 탄탄대로와는 다소 어긋나는 모양새다. 메리츠증권이 현금배당에 치중해 온 배당정책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데 따라 주주들은 끊임없이 반발을 쏟아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4일 장 마감 직후 배당성향을 별도 기준 순이익의 10%로 유지한다고 공시했다. 메리츠증권은 증권가에서 대표적인 배당주로 꼽히는 곳으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메리츠증권의 지난 3년간 평균 배당성향은 38% 수준(△2018년 35.2% △2019년 34.9% △2020년 34.8%)이다.
이에 증권가는 배당성향 하락에 따른 단기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지난 17일 강승건 KB증권 애널리스트의 경우 메리츠증권에 대한 목표주가를 4000원으로 종전 대비 16.7% 하향하고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타 증권사에 대한 강한 어조의 매도 보고서는 이례적이다.
유근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급격한 주주환원정책의 변화로 메리츠증권의 주된 투자포인트인 배당매력도가 하락한 점은 주가에도 부담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메리츠증권 등은 이번 공시를 통해 배당성향을 대폭 낮췄다"며 "사측은 배당성향 하향과 함께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방안을 실행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은 공시 당시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실행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자본규모가 줄어든 부분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호실적에도 금리상승에 따른 보유채권 평가손실로 자본규모가 지난해 대비 3500억 원가량 감소했다"며 "10% 수준의 배당성향 발표 역시 높아진 자본관리 필요성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라고 언급했다.
◆ 내달 중순 금감원 종합검사 예고
더군다나 메리츠증권은 다음달 금융당국의 종합검사 대상이 된 상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내달 중순부터 약 3주간 메리츠증권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검사는 금감원이 진행하는 금융회사 점검 수단 중 가장 강도 높고 밀도 있는 검사다. 통상 검사 후 대상 회사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거나 임직원 제재까지 이어진다.
메리츠증권은 금감원의 종합검사가 부활한 지 3년 만에 처음 검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앞서 금감원은 '2021 검사 업무운영계획'을 통해 올해 총 3곳 이상의 증권사를 선별해 종합검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앞서 종합검사를 받은 증권사는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 종합검사는 코로나19 확산 영향 등으로 지난해 12월 시작했음에도 추가 검사 등으로 5개월여 기간이 소요됐다.
금감원 종합검사는 사전 자료요구, 사전검사, 현장 본감사 순서로 진행된다. 금감원은 이번 종합검사에서 경영 실태, 업무 전반, 영업 행위, 소비자보호 실태 등을 두루 살펴볼 예정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금감원이 메리츠증권의 사업 비중이 큰 부동산 금융 부문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종합검사에서 메리츠증권 업무 전반을 모두 들여다보게 된다. 특히 금감원의 주된 관심사인 내부통제, 소비자보호, 건전경영 등 분야를 비롯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 파생상품 및 사모펀드 취급현황 등 영업 전반을 살펴볼 방침이다.
종합검사와 관련,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 위주로 진행되는 정례적인 성격의 종합검사"라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 검사는 일상적인 금감원 업무"라며 "검사 방침상 자세한 사항은 말해줄 수 없다"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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