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쩜오 대표' 송영길의 험난한 '쇄신'

송영길 대표에게 최근 쩜오 대표라는 별명이 생겼다. 전당대회에서 2위인 홍영표 의원과 득표율이 0.59% 차이였던 것을 두고 일부 당원들이 그를 비판할 때 사용하고 있다.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 하는 송 대표. /이선화 기자

강성 당원 개혁 요구에 '민생 먼저' 기조 '흔들'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최근 '쩜오 대표'라는 별명이 생겼다. 지난 2일 전당대회 투표 결과 득표율이 2위인 홍영표 의원과 0.59% 차이가 난 것을 두고, 일부 친문 강성 당원들이 그의 리더십을 깎아내릴 때 사용하고 있다.

미세한 표 차이가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하다. 일부 당원들은 전당 대회 직후 '재검표'를 요구하더니, 최근에는 당 지도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과 '민생 우선' 기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송 대표를 노골적으로 비토(거부)하고 있다.

18일 현재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송영길 쩜오 대표님. 정부랑 그만 반목하세요. 쩜오에서 나온 부동산 정책은 투기와 뭐가 다른가. 당파정치 그만하고 빨리 개혁이나 하라", "문재인 정부 4년 차 개혁 입법을 가열하게 해도 시간이 모자라다. 여당 대표 능력이 안 돼 보인다. 0.59% 차이가 이 정도일 줄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쩜오 차이로 대표된 거 잊지 말고 최선을 다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도와라. 앞으로 정부·청와대와 각 세우는 거 하지 말라" 등의 비판 글이 올라와 있다. 취임한 지 20일도 안 돼 송 대표 '불신임' 요구까지 나왔다.

민주당 내부에선 신임 지도부의 부동산 정책, 검찰 개혁 등을 놓고 반발이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산업재해 예방 TF 1차 회의에서 생각에 잠긴 송 대표. /이선화 기자

참다못한 강성 당원들은 당사 앞에까지 와 '개혁 촉구' 시위를 벌였다. 지난 10일부터 8일째 진행 중이다. 지난 11일 당사 앞에서 만난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은 추미애·이해찬 전 대표가 개혁 과제를 제대로 추진해 총선에서 180석을 얻을 수 있었다며 송 대표에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이들을 배워야 한다. 개혁은 뒷전이고 민생에 올인하겠다는 건 패배의 길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 내에서도 부동산과 검찰 개혁 과제를 두고 송 대표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 정부 부동산 정책 기본 방향과 역행한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 진단도 처방도 엉터리"라고 지적했다.

송 대표가 취임 후 김진표 위원장으로 재정비한 민주당 부동산 특위가 청년·신혼부부 등 무주택 실수요자 대상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 상향, 양도세 중과 유예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하자 반발한 것이다. 혼선이 있다는 비판이 커지자, 민주당은 부동산 정책 기본 방침을 늦어도 다음 주까지 최대한 빠르게 밝힐 예정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그런가 하면 '강경파'로 꼽히는 김용민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당 지도부 비공개 간담회에서 검찰에 남아 있는 6대 범죄의 직접수사권을 중대범죄수사청에 이관하자는 이른바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자고 주장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당초 해당 법안을 올해 상반기 내 통과시킨다고 로드맵을 밝혔다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와 청와대의 '속도조절론'으로 논의를 멈춘 바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주 중으로 당내 검찰 개혁 특위 활동을 보고 받고 개혁 방향과 속도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자칫 재보선 이전 국민에 피로감을 안겼던 '검찰 개혁 시즌 2'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

송 대표는 취임 후 5대 중점과제로 백신, 부동산, 반도체, 기후변화, 한반도 평화번영을 제시하며 '민생 문제 해결이 먼저'라고 방점을 찍었다. 재보선 결과, 떠나간 민심을 심사숙고 분석한 끝에 나름대로 내린 결론일 것이다. 하지만 취임 3주 차에 접어든 현재 '득표율 0.5% 차이'라는 강성 당원들의 비아냥과 함께 동력이 약해지며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송 대표는 친문 중심의 권리당원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지 고심하는 듯한 모습이다.

재보선 전 사석에서 만난 한 의원은 "송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이기면 친문은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신의 행보 하나하나가 당내 계파 갈등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조심스러운 면도 있어 보인다. 이 과정에서 방향키를 잃은 174석 거대 여당의 '송영길호'는 위태로운 항해 중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조만간 방향성을 되찾고 당원과 국민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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