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 오는 20일(현지시간) 반도체 수급 부족 현상 대응 회의
[더팩트│최수진 기자]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또다시 글로벌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을 초청해 반도체 회의를 개최한다. 삼성전자가 지난달에 이어 이번에도 초청 리스트에 오른 가운데 업계에서는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이 기업들에 투자를 압박하고, 시장에서는 중국 등을 견제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미국, 한 달 새 두 번째 반도체 회의…이번엔 '상무부' 주재
삼성전자는 20일(현지시각) 미국의 반도체 회의에 참석해 글로벌 시장의 반도체 수급 부족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지난달 회의에 이어 이번 회의에도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참석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러먼도 회담으로 반도체 칩 위기에 대응한다'라는 제목으로 미국 상무부가 조만간 반도체 회의를 소집한다고 보도했다.
회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이벤트 형식으로 개최되며, 지나 러먼도 미국 상무부 장관 주재로 열린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인텔, TSMC, 아마존, 구글,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도 초청됐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재로 열린 온라인 반도체 회의에도 참석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유일한 한국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미래에 투자하기 위해 회의에 참석한 여러분 모두와 협력할 준비가 됐다"며 "반도체 인프라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미국 전역의 노동자와 미국 사회를 지원하기 위해 여러분이 필요하다. 미국을 위해 단결하자. 글로벌 경쟁에 맞설 준비가 됐는지 확인하자"고 말했다.
◆ 회의 공식화, 무슨 속셈…기업엔 '투자 압박'·시장에서는 '주도권 확보'
자국의 주요 산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지원하는 등 실무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미국 상무부가 이번 회의를 주재하는 만큼 지난 4월 진행한 회의보다 더 구체적인 대화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기업에 투자를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상무부가 이번 회의에서 반도체 산업 지원책을 언급, 반도체 제조사로부터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성과도 좋은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회의에 이어 이번 회의에도 참석하게 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위의 대만 TSMC는 최근 미국에서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TSMC는 최대 120억 달러(약 14조 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5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공정의 생산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나선 가운데, 최근 3나노 생산라인 증설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TSMC는 미국 3나노 생산라인 구축에 최소 230억 달러(약 26조 원)에서 최대 250억 달러(약 28조 원)의 비용을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 오스틴에 17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의 파운드리 생산라인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TSMC와 같이 추가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회의 개최의 또 다른 이유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정하고 집중 육성하는 중국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 역시 지난달 회의에서 "미국 반도체 산업을 강화해야 한다"며 "미국은 오랜 기간 크고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중국 공산당이 반도체 공급망의 방향을 바꾸고 지배할 공격적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 역시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들과 만나고, 이를 공식화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며 "특히, 전 세계 주요국들이 반도체 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보고 육성하기 위해 나서는 시점에 이 같은 회의를 연달아 개최해 이목을 끈다는 것은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라는 압박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움직임이 아닐까 본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시그널"이라며 "공식적인 회의를 통해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 정부의 위상을 높이고, 다른 국가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jinny061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