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거짓말 그리고 DNA 검사…'구미 여아 사건' 괴담과 진실은?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3세 여아 사망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검찰로 송치되는 숨진 여아의 친모 석모(48)씨. /뉴시스

[TF초점] 사건의 시작부터 혈액형, DNA…그래도 여전한 의문

[더팩트ㅣ윤용민 기자·구미=이성덕 기자]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3세 여아 사망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숨진 여아의 친모로 지목된 석모(48)씨가 수사 초기부터 줄곧 출산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서다.

숨진 아기의 아버지는 누구인지, 진짜 친모가 외손녀와 딸을 바꿔치기한 것인지, 공모자는 있는지,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그랬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진실을 숨기는지…

이번 사건에 대한 경찰과 검찰 수사는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또 각종 괴담과 의혹은 어디까지 사실인지 <더팩트>가 하나씩 체크해봤다.

체크포인트 1. 반전의 시작

숨진 홍보람(3)양이 발견된 건 지난달 10일 경북 구미시 상모사곡동 한 빌라에서다. 당시 홍양의 시신은 심하게 부패돼 반미라 상태였다고 한다. 6개월 전까지 홍양과 함께 이 집에 살다가 이사 간 석씨의 딸 김모(22)씨가 구속되면서 이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DNA 검사 결과 김씨와 홍양은 유전적으로 가깝지만 친자관계는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홍양의 친모를 찾던 경찰은 주변인물로 수사를 확대하던 중 석씨가 홍양의 친모라는 믿기 어려운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게 사건은 반전을 맞게 된다.

체크포인트 2. DNA 검사에 오류가 있다?

"1조 분의 1의 확률도 안 된다."

이 사건의 핵심 수사 담당자가 자신있게 한 말이다.

경찰 역시 홍양이 석씨의 딸이라는 결과지를 받아들고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세 차례에 걸쳐 반복해서 검사를 해도 똑같은 결과가 나왔고, 이마저 부인하던 석씨의 요청으로 한 번 더 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경찰 단계에서만 4차례나 DNA 검사를 한 셈이다.

김미선 생명공학박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물론 DNA 검사 결과에도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 경우에는 (DNA) 샘플의 양이나 위치까지도 세밀하게 조정해 검사했기 때문에 오류가 나올 가능성은 0%"라고 단언했다.

검찰은 또 다시 추가검사를 의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체크포인트 3. 불륜, 혈액형 그리고 신생아 바꿔치기

경찰은 이 사건 관련자들의 혈액형을 근거로 석씨가 산부인과에서 아기들을 바꿔치기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모 산부인과에 보관된 김씨의 출산 기록엔 김씨가 낳은 아기의 혈액형은 A형으로 기록돼 있다. 숨진 홍양의 혈액형도 A형이다.

김씨는 B(BB)형이고, 김씨의 전남편은 AB형이다. 따라서 두 사람이 낳은 아기는 B형이나 AB형이어야 한다.

출산 기록지에 있는 아기는 김씨와 전남편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을 가진 것이다.

가능성은 두 가지다.

석씨가 다른 곳에서 아기를 출산한 후 채혈 전인 48시간 이내에 두 아기를 바꿔치기 했거나, 김씨가 전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혼외자를 출산한 경우다.

물론 어떤 경우라도 석씨가 불륜을 통해 딸을 출산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체크포인트 4. 석씨는 유흥업소에 다니는 조선족이다?

그렇지 않다. 사건이 워낙 엽기적이라 여러 추측이 난무했지만 석씨는 예상 외로 평범한(?) 삶을 살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과 석씨의 측근에게 확인한 결과 석씨는 일반적인 제조업 회사에서 근무해온 회사원이었다고 한다. 다니던 직장은 그만 둔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조선족이라는 말도 있다던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개인적인 부분이라 상세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석씨는) 그냥 평범한 중년 여성"이라고 설명했다.

체크포인트 5. 남편은 정말 몰랐을까?

함께 살며 한 침대를 쓰는 남편에게 임신과 출산 사실 자체를 숨기는 게 가능할까.

석씨의 남편은 연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석씨가 출산한 사실이 없다며 아내를 두둔하고 있다.

그는 "매일 옆에 누워서 자고 (임신을 했다면) 배가 나오는데 (남편이) 그걸 모른다는게 말이 되느냐"며 "아무리 DNA 검사라도 0.1%, 0.01%라도 실수가 있는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물론 남편이 석씨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체했거나 실제로 몰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경찰 관계자는 "남편이나 가족이 (석씨의 출산을) 알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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