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원세훈 사건 파기환송…"직권남용 무죄 재심리"

대법원은 불법 정치공작을 벌인 혐의 등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에 대해 일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김세정 기자

"국정원 직원들 의무 없는 일 하게 했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대법원이 민간인 '댓글 부대'에 국정원 예산 60억여 원을 지원하는 등 불법 정치공작을 벌인 혐의 등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에 대해 일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1일 오전 10시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원 전 국정원장 등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검찰의 일부 상고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은 "원 전 국정원장 등이 직권을 남용해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 또는 면소로 판단한 부분을 파기환송한다"고 밝혔다.

원심은 국정원 직원에 대한 원 전 국정원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공소사실상 직권남용 행위로 특정된 지시가 국정원 직원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는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오히려 원심은 "이들은 원 전 국정원장 등의 정치 관여 행위에 가담한 공범에 해당할 뿐 피해자로 보기 어렵다"며 "원 전 국정원장 등의 지시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은 "원 전 국정원장 등의 지시는 형식적·외형적으로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직권을 행사하는 모습을 갖췄다"며 "원 전 국정원장 등의 지시사항을 직접 이행한 국정원 실무 담당자들이 의무 없는 일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원 전 국정원장의 직권남용 행위를 전제로 한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도 다시 재판하게 됐다.

원심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우자 권양숙 여사를 미행·감시한 혐의(국가정보원법 위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원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 직원들에게 이같은 지시를 내린 것에 대해 원심은 "국정원 실무 담당자들에게 자신의 직무 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를 하도록 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은 "원 전 국정원장의 직권남용으로 실무 담당자들이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했기 때문에 이들의 행위를 '직무 집행을 보조하는 사실행위'로 볼 수 없다"며 "원심 판단은 직권남용으로 인한 국가정보원법 위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1일 오전 10시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검찰의 일부 상고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새롬 기자

원 전 국정원장은 2010년 1월~2012년 12월 민간인을 동원한 이른바 '외곽팀'의 온·오프라인 불법 정치 활동에 국정원 예산 60억 원가량을 지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원순 시장 제압문건', '야권 지자체장 사찰 문건' 등을 작성한 혐의와 국정원 예산으로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라는 단체를 설립하고도 민간단체인 것처럼 가장해 정치 관여 행위를 한 혐의도 받는다.

이외에도 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특수활동비 2억 원·현금 10만 달러를 전한 혐의 △MBC 인사에 관여한 혐의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 관련 사업 혐의 △사저 마련을 위해 횡령한 혐의 등이 있다.

1심 재판부는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보고 원 전 국정원장에게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직권남용 혐의를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다른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1심 판단을 대부분 유지해 징역 7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앞서 원 전 국정원장은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2018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ilraoh@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