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기 조사 대상 '10만 명'?…"쓸데없는 헛발질" 비판

정부가 10만 명을 웃도는 인원을 대상으로 부동산 투기 조사에 나선 가운데 그 실효성에 물음표가 찍힌다. 사진은 지난 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영진이 경기 광명‧시흥 투기 의혹에 관해 국민들을 향해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 /LH 제공

정부 셀프 조사 실효성 '글쎄'…"돈 되는 땅부터 조사해야"

[더팩트|윤정원 기자] 정부가 3기 신도시 전반에 대한 투기 조사를 본격화했지만 대대적인 조사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크게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 차원의 자체 조사를 믿지 못 하겠다는 반응이 상당한 데다 막무가내식의 전수조사보다는 속칭 '돈 되는 땅'부터 들여다보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에서 발발한 금번 정부의 투기 조사 대상과 범위는 사상 최대 규모다. 정부는 지난 4일 3기 신도시 등과 관련된 공무원‧공기업 임직원 및 가족에 대한 투기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국토교통부가 포함된 관계기관 합동조사단을 구성, 토지거래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조사지역은 광명 시흥을 비롯해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 6곳과 100만㎡ 이상 택지인 과천과 안산 장상 등 총 8곳이다. ​조사 대상에는 해당 지역의 국토교통부(본부 및 지방청) 및 공기업 전 직원, 신도시 관할 지자체의 신도시 담당부서 공무원 모두가 포함된다.

합동조사단은 지구별 입지 발표 5년 전부터 현재까지 근무이력이 있는 임직원 및 그 배우자, 직계존비속까지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을 합한 전체 조사 대상은 최대 10만 명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필요할 경우 공직자의 형제나 4촌, 지인 등으로도 조사 대상은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투기 논란의 시발점이 된 시흥시 과림동-학온동 및 광명시 옥길동-광명동 일대 모습. /이선화 기자

관계부처 합동조사단이 대규모 전수조사에 나섰음에도 국민들은 마뜩잖다는 반응이다. 우선 조사단이 정부 '셀프'로 구성된 데 따른 반감이 절대적이다. 관계부처 합동조사단에는 검찰과 감사원도이 빠진 상황으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 시 벌어진 일을 국토부에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비판이다.

당초 제보에 따라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제기했던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7일 논평을 통해 "정부가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것에 대해 제 식구 봐주기식 축소·소극조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큰 상황"이라며 "정부의 합동조사단 조사와 별개로 수사기관의 강제 수사나 감사원의 감사 등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껏 공을 들인 10만 명에 대한 전수조사가 실효성을 거둘지도 미지수다. 김성훈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는 "일부 문제가 되는 임직원들 같은 경우에는 어쨌든 직접적으로는 담당 업무를 당시에는 안 했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본인이 이것을 업무상 유출한 것이 아니라고 계속 항변한다면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도 밝혀내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이번 LH 사례처럼 본인 명의의 간 큰 투기 사례 이외의 '프로' 수법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명 '투기꾼'들의 경우 차명이나 법인 명의로 토지를 사들이기 때문에 10만 명의 전수조사는 '헛발질'일 수 있다는 게 일선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로 인해 '돈 되는 땅'의 토지 매입기록을 살펴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이 과정에서 7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제언한 점도 이목을 끌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인터뷰에서 "LH 직원을 전수조사할 게 아니라 '돈 되는 땅'을 전수조사하고 매입자금을 따라가야 한다"며 "신도시 개발계획과 보상 계획을 정밀 분석해 거래된 시점, 거래된 단위, 땅의 이용 상태를 분석한 뒤 매입 자금원 추적을 통해 실소유주를 밝혀야 한다. 실명보다 차명 거래가 많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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