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자당 비판…"다른 당 비난할 여유 없어"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이례적으로 자당을 비판했다. 민주당이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남의 일인 듯 비판하는 논평을 낸 것은 부적절했다는 취지다.
권 의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제(25일)는 종일 여러 소식으로 마음이 무척 복잡했다"며 "오전에는 정의당 당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알려졌고, 저녁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박원순 전 시장의 직장 내 성희롱을 인정하는 결정을 발표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사건에 대한 소식도 충격적이었지만, 정의당 사건에 대해 민주당에서 발표한 입장문은 사실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했다"며 "민주당도 같은 문제와 과제를 안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충격과 경악이라며 남이 겪은 문제인 듯 타자화하는 태도가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서면 논평에서 "김 전 대표가 같은 당 여성 국회의원을 성추행했다는 충격적인 사건이 알려졌다. 충격을 넘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지금까지 정의당의 모습에 비춰 이번 사건으로 인한 국민의 충격은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고, 앞으로의 파장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정의당의 사건이나 박 전 시장의 사건은 성폭력이 평소에 주장하는 가치 신념이 무엇이든 구체적인 관계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우리가 상대방, 특히 사회적 약자를 존중하는 것이 무엇인지 체득하고 실천하는 게 얼마나 쉽지 않고, 치열한 개인적 집단적, 조직적 노력이 필요한지를 말로는 강조해도, 현실에서는 잊고 살게 되는지도 생각하게 된다"고 썼다.
그는 "다른 당을 비난할 여유가 없다"며 "민주당은 반복되어 일어나는 권력형 성범죄의 원인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반드시 해결해내야 하는 책무를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히 지금은 박원순 시장 사건 관련 피해자나 관계자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는 상황에 있다"며 "이제는 당이 나서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지자와 국민에게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권정당으로서, 진보의 가치를 놓치지 않는 정당으로서 구태의연함이 아니라 반성과 성찰의 태도로 걸어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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