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공약 1호 실현
[더팩트ㅣ박나영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1일 공식 출범한다.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장치를 만들겠다'던 문재인 대통령 공약 1호가 실현된 셈이다.
20일 오후 3시30분 정부 과천청사에서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의 취임식과 공수처 현판식이 열릴 예정이다.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어 김 처장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21일 오전 문 대통령이 김 처장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하고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이로써 김 처장의 3년 임기가 시작된다.
25년이 걸렸다. 1996년 참여연대가 반부패운동의 하나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 전담기구를 제시한 것의 논의의 시작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 등 권력층 범죄에 대한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논란이 되면서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공직비리수사처' 도입을 최초로 검토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수처 출범을 시도했지만 여야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해 무산됐다. 21대 국회에 이르러 관련 법안이 연이어 발의됐고 여야가 몸싸움까지 벌여가며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수처 설치 법안이 2019년 12월30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공수처장 임명에 따라 공수처가 공식적으로 문을 열지만 수사를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온전한 수사체계를 갖추려면 적어도 2달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선 사무행정을 위한 직원 10여명이 행정부 부처에서 전입될 예정이다. 이후 차장, 공수처 검사, 수사관 등의 인선절차를 거친다. 김 처장은 앞서 인사청문회에서 "공수처장 혼자 있다고 수사가 되는 것이 아니고 차장 인선, 수사처 검사·수사관 선발 등이 돼야 한다. 적어도 두달은 걸릴 것"이라고 했다.
공수처 차장은 판사·검사·변호사로 10년 이상 활동한 사람으로, 처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수사처 검사는 경력 7년 이상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25명 이내 규모로 구성한다. 수사처 수사관은 변호사 또는 7급 이상 공무원 중 조사·수사 업무에 종사했던 사람 등으로 40명 이내로 꾸린다.
검사는 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 추천을 거쳐야 한다. 위원회에는 여당 추천 2명과 야당 추천 2명이 참여하게 돼 있다. 다만 차장과 검사 인선 절차마다 정치적 논란이 거셀 것으로 관측된다.
공수처 차장 인선에는 검찰과 비검찰 모두 고려된다. 김 처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처장이 검찰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차장은 반드시 검찰 출신으로 해야한다는 견해가 있다"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검찰, 비검찰 모두 가능하다. 일장 일단이 있는 것 같고, 논란도 있다"고 했다. 또 차장 인사에 대해 인사제청권을 확실하게 행사해 거부할 용의가 있냐는 질의에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현직 검사는 공수처 파견받지 않고, 검찰 출신이 전체 공수처 검사의 2분의 1이 넘지 않을 예정이다. 표적 수사, 별건 수사, 먼지떨이 수사 등 잘못된 수사 관행을 탈피한다는 방침이다. 김 처장은 "잘못된 수사 관행에서 탈피하는 새로운 수사모델을 만들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공수처 1호 수사 대상도 주요 관심사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호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질의에 김 처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며 "1호 대상을 선택하거나 수사할 때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고 사실과 법에 입각해서 하겠다"고 했다.
현 정권에 대한 수사인 울산 시장선거 개입 사건,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라임·옵티머스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할 것이냐는 질의에 김 처장은 "공수처 규모가 순천지청 정도의 사이즈라서 이 사건들을 다 할 수는 없다"며 "합리적으로 이첩 요청권을 행사하기 위해 기존 수사기관과 먼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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