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정국’이 빚은 리더십 호‧불호의 결과…여당 지지층 어떤 변화 보일지는 여전히 미지수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들을 보면 더불어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 전남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떠오르고 이낙연 대표가 다소 기울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까닭은 없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전반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국면 속에서 당 대표의 지지세가 꺾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가 대권주자로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기에 이를 분석해보는 말들이 지역 정가에 분분하다.
이낙연 대표의 침체 분위기를 눈여겨보며 필자는 문득 1974년에 파라마운트사가 제작한 코플라 감독의 영화 ‘대부’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막강한 조직을 이끌어 온 마피아 보스 돈 꼴레오네(말론 브란드 분)가 라이벌 타탈리아 패밀리의 저격을 받고 생사의 고비를 헤매다 겨우 목숨을 유지하고, 그의 장자인 토니마저 피살된 후 동생 마이클(알 파치노 분)이 조직을 떠맡은 후 가족의 복수를 위해 나선다.
이때 조직 정비를 위해 마이클이 한 첫 번째 일은 오래도록 아버지 비토의 곁을 지키며 돈 꼴레오네 가문의 집사 역할을 해왔던 변호사 톰을 현장에서 물러나게 하는 조치다.
서운한 감정에 휩싸인 톰은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지만, 마이클은 이를 애써 외면한다. 꼴레오네 가문의 라이벌인 미국의 5대 마피아 패밀리와 혈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평화로운 시기에 돋보였던 톰의 관리 능력은 오히려 방해가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영화 대부의 이 긴장된 국면을 2020년 말 한국의 정쟁 상황에 빗대어 변호사 톰을 이낙연 대표에 오버랩 시킨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여야의 대치가 극한으로 치닫는 국면이다. 집권여당은 다수의 힘을 기반으로 개혁입법들을 잇따라 통과시키는 중이다. 야당은 문재인 정권과 집권여당이 장악한 국회를 무도한 독재정치로 공공연하게 거론하며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와중에 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싸움은 여야 격전의 화약고로 작동됐다. 추 장관의 사퇴표명과 윤 총장의 징계 결정으로 일단은 법 규정 테두리 내에서 마무리돼가는 수순이지만, 불씨가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다. 각각의 지지층을 등에 업고 있는 여야 간의 대치 국면에 따라 언제라도 폭발적으로 점화될 가능성도 많다.
문재인 정권과 집권여당을 지지하는 진영에서 볼 때 정권의 상처가 심각하다. 이는 당연히 정권 재창출의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이 위기의식은 격한 진영 결집을 부추기고 있는 중이다.
특히 민주당의 골수 텃밭이라 일컬어도 과언이 아닐 광주의 경우,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 하향세는 야당을 향한 전선으로 여론이 응집되는 경향성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이는 반대편을 향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정치 리더를 선호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군을 향해서도 지나친 진영논리를 자제하라는 주문을 하고, 또한 야당의 얘기도 귀담을만한 것을 들어주는 이낙연 대표의 리더십은 이 각박한 ‘맞짱 정국’ 속에서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야간의 대화가 철저히 단절된 시기에 당 대표직을 맡고 있는 이 대표로선 운신의 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평소의 장기인 정치적 유화 제스처는 당 지지층의 지탄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반면에 매 국면마다 야당을 향해 통렬한 공격을 가하고, 코로나 위기 속에서 더욱 힘들어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정책과 실천적인 행동에 과감하게 나서는 행보를 SNS를 통해 연일 전파하는 이 지사의 ‘메시지 정치’는 빛을 발했다.
또한 경기도 지사라는 집행권한을 지니고 있기에 그의 메시지는 현장에서 빛을 발하기도 한다. 문재인 정권 열성 지지층 입장에서 이 지사의 과단성에 신뢰감을 가질 게 당연하다.
평화로운 시절에 합당한 이 대표의 리더십과 전운이 감도는 혈전 전야의 시기에 각광을 받는 이 지사의 리더십이 앞으로 어떤 각축을 벌이며 승패의 결과에 이를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문재인 정권의 위기가 심화되고 정권 재창출의 가능성이 옅어지며 결국 세태어로 '쪽수 싸움' 의 국면이 전개된다면, 텃밭의 여론은 다시 강력한 응집 보다는 확산의 정치 리더십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여지도 많다.
지난 정치사를 돌이켜볼 때, 정치권력은 늘 정치인 스스로의 발전 동력이 만든 결실이기 보다는, 시대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대중의 집단 심리가 모아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를 세간에서는 ‘시류’라 얘기하고, 정치인들은 ‘시운’ 이라 받아들인다.
흥행에 힘입어 영화 ‘대부’는 3편까지 속편이 이어졌다. 전쟁을 위해 톰을 비켜나게 했던 조직의 대부 마이클은 속편에서 자신에게 닥친 운명적 상황에 따라 강‧온을 넘나들며 극심한 심리적 변화를 겪는다.
집권 여당의 대권 경선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민주당 지지자들 또한 어떤 심리적 변화를 보여줄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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