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대신 집에서 2차…'n차 감염' 확산 우려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 확산되면서 술집을 포함한 대다수 음식점들이 오후 9시 이후 영업을 하지 않지만 소위 ‘술꾼’들의 모임 자체를 막을 수는 없었다.
11일 저녁 부산진구의 한 편의점. 평소와는 다른 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15평 남짓한 좁은 편의점에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것. 시계 바늘은 오후 9시30분을 가르키고 있다.
편의점에서 만난 한 고객은 "연말연시 모임을 대부분 취소했지만, 오랜만에 만날 수밖에 없는 모임들도 있다. 3~4명 정도 지인과의 모임만 유지했는데, 1차에 마무리를 하고 헤어지기엔 아쉬운 게 사실이다. 집에서 한잔 더 마실 생각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도 "밤 9시 이후 술집이 문을 닫으니 지인들과 집에서 술을 마실 수밖에 없네요"라고 말했다.
편의점 손님들은 오후 10시쯤이 지나서야 다시 한산해졌다.
편의점 직원은 "최근 밤 9시30분을 전후해 술과 안주를 사러오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며 "술집이 9시에 문을 닫고 2차 술자리를 집으로 이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집이 '코로나19 무풍지대'로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집으로 이동해 술을 마시는 사례가 늘수록 지역 내 ‘조용한 n차 감염’의 확산세를 저지할 수 없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산시 역시 가정 내 접촉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확진자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지난 9일 부산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33명 가운데 18명이 가족 간 접촉을 통해 감염된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가족모임’조차 제한하기를 권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제한을 가할 방법은 없는 상태다.
시는 "가족 내 감염은 가족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교, 병원 등 지역사회로 이어져 확산의 고리가 될 수 있다"며 가족모임 자제를 재차 강조했다.
집에서의 지인간 2차 술자리 모임도 가족 내 감염과 다를 바 없다. 자칫 확산세가 더 광범위하게 나타날 우려도 있다.
이뿐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돼 카페 매장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사람들이 패스트푸드점 등으로 발길을 옮기는 풍선효과마저 발생하고 있다. 사실상 사회적 거리두기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대목이다.
한편, 12일 부산에서는 코로나 확진자가 82명이나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 올해 2월 21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가장 많은 수치이며, 이로써 누적 확진자 수는 1227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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