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사기’ 행각에 피해 입은 여성 3명도 고소 준비중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40대 여성 A씨는 지난 9월 B씨와 결혼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남편이 갑자기 사라졌다.
사연은 이랬다.
2019년 9월쯤 A씨는 부산 부산진구의 한 주차장에서 월주차를 하던 도중 B씨를 만났다. B씨는 자신을 주차장 사업가로 소개하면서 A씨를 꼬드기기 시작했다. 그는 또 항공사 부기장으로 일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어느 날엔 부기장 유니폼을 말끔하게 입고 A씨를 만나기도 했다.
B씨는 소위 ‘돈자랑’도 서슴없이 했다. A씨를 만날 때마다 항상 현금이 두둑한 지갑을 열며 식사를 대접하는 등 환심을 샀다. 173cm의 키에 '매너'를 장착한 B씨는 조곤조곤한 말솜씨까지 보태 A씨의 마음속에 서서히 스며들었다.
A씨는 B씨를 만난 지 2개월 만에 결혼을 전제로 만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올해 초 결혼식을 하려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미루다가 지난 9월 부산진구의 한 결혼식장에서 화촉을 밝혔다.
결혼 후 B씨는 서서히 본심을 드러냈다. 자신의 부모 명의로 된 부동산을 양도받는 과정에서 나오는 세금 수억원을 A씨에게서 빌렸다. 돈을 빌릴 땐 항상 달콤한 말이 뒤따랐다. 결혼식을 전후해 이런 식으로 A씨는 B씨에게 5억4700만원을 빌려줬다.
결혼식을 마친 뒤 혼인 신고를 앞두고 B씨는 홀연히 사라졌다. 결혼한 지 보름여 만이다. 아무리 연락을 해도 신랑은 답이 없었다. 결혼식에 참석했던 시댁 식구들조차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럼에도 A씨는 B씨 신변부터 걱정했다. 그리고 연애 당시 만났던 주차장으로 달려갔다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고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B씨가 일하던 주차장에서 만난 지인은 남편을 자신이 데리고 있던 직원이라고 말했다. B씨 소유의 주차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얘기를 계속 들어보니 남편이 소개해 준 시부모도 모두 대행업체에서 부른 아르바이트였다.
이뿐 아니다. 신혼집도 알고 보니 남편 소유가 아닌 월세였고, 결혼 전 증여세와 투자비 명목으로 빌려간 것도 모두 사기였다. 심지어 주차장 주인도 B씨에게 공동투자 명목으로 1억원 상당의 돈을 빌려줬다가 떼인 상황이었다.
A씨는 B씨를 고소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최근 제주도의 한 모텔에서 B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결과 B씨는 결혼을 미끼로 사기를 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직업없이 전국을 떠돌며 수차례 결혼 사기 행각을 벌여 마련한 돈을 생활비로 탕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B씨의 ‘결혼 사기’ 행각에 당한 여성 3명이 추가 고소를 진행 중이다.
부산진경찰서는 9일 사기 등 혐의로 B씨를 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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