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 아파트 추월
[더팩트|윤정원 기자] "결혼한지는 3년 됐고 이사할 곳을 알아보는 중입니다. 둘 다 직장이 서울이어서 서울 내 또는 잠실 근교 경기도로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맞벌이지만 아파트는 엄두조차 못 내고, 아직 아이가 없고 소득이 간당하게 기준에 맞지 않아 특공도 못 합니다. 말리는 사람이 많아 여쭙습니다. 실거주 목적으로 매매할 경우 많이 손해인가요?"
서울 아파트 전세난 속에 다세대·연립주택과 같은 빌라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 한 2030세대 신혼부부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곧 죽어도 아파트"를 외치던 이들도 집값 고공상승과 전세난 속에 결국 빌라 매매로 선회하는 추이다.
1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10월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4067건에 달한다.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3617건)을 450건이나 앞선 수치다. 부동산 거래신고기한이 30일인 점을 감안하면 다세대·연립주택 및 아파트의 거래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추이로 봤을 때는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의 상승폭이 클 확률이 높다.
통상 주택시장에서 주거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가 빌라에 비해 거래량이 많다. 하지만 지난 9월부터 빌라의 거래량은 아파트를 추월한 상태다. 9월 서울 빌라 거래량은 4005건을 기록, 아파트 거래량(3770건)을 235건 상회했다.
아파트-빌라 거래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은 아파트 거래절벽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6월 고점(1만5615건)을 찍은 뒤 6·17, 7·10 부동산 대책 등 연이은 규제 여파로 극심한 거래난에 빠졌다.
거래절벽 속 전세물량이 자취를 감춘 여파도 크다. 전세품귀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달 서울 전세가격지수는 191.8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 공급 부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 부족을, 낮을수록 수요 부족을 뜻한다. 전세 수급이 균형 상태일 때는 100, 최대값은 200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아파트에 집중한 데 따른 '풍선효과'도 있다. 6·17 대책에 따라 서울에서 3억 원 이상 아파트를 사면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지만, 빌라 등 주택은 규제를 받지 않는다. 아파트는 7·10 대책에서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이 폐지됐지만, 빌라 등은 유지된다.
이로 인해 최근 신혼부부들 사이에서는 빌라 매매에 대한 의견 교환이 한창이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도 빌라 매매와 연관된 질문들이 봇물 터지듯한다. 빌라의 단점은 알고 있지만 아파트 매매·전세가격 고공행진 속 빌라 외에는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그나마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함이다.
빌라의 경우 1세대 1주차가 불가능한 게 현실이고, 관리 주체가 없기 때문에 계단, 외벽, 옥상 등의 보수에서도 어려움이 많다. 아파트처럼 대형 건설사가 짓는 게 아니고 보통 중견 업체들이 지어서 팔기 때문에 일명 '날림 공사'도 있다. 가격 상승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환금성도 상당히 저조하다.
내년 4월 결혼을 준비 중인 32세 황 모 씨는 "아파트 전세는 꿈도 못 꾸겠고 예비남편과 신혼집은 빌라로 결정한 상태다. 신혼인데 구축에 가기는 싫어서 재개발 기대는 애시당초 접고 신축으로 알아보고 있다. 다들 만류하지만 매일 이사 다니고 대출로 마음고생 하느니 마음편히 빌라에 사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빌라의 경우에도 역세권에 붙어 있는 곳은 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가격 상승이 없는 게 현실이다. 실수요자들이 빌라의 단점을 모르지는 않을 테지만 아파트값이 계속해 치솟고 있으니 방법이 없어서 가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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