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 매각 협상 지지부진…연내 거래 성사 위기

두산그룹과 대우산업개발이 두산건설 매각가 협상에서 의견 합치에 도달하지 못 하고 있다. /더팩트 DB

두산그룹-대우산업개발 인수금액 두고 평행선

[더팩트|윤정원 기자] 두산건설 매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두산그룹과 유력 인수자인 대우산업개발이 인수금액을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연내 두산건설 매각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한 분위기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우산업개발이 두산그룹 측에 제시한 두산건설 인수금액은 약 2000억 원으로 알려졌다. 두산건설이 두산중공업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돼 상장폐지되기 전 시가총액은 4000억 원 규모다. 제시된 인수금액은 시총액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매각가인 3000억 원에도 훨씬 못 미친다.

대우산업개발은 자사 브랜드 '이안(iaan)'을 내세우며 지방을 중심으로 아파트 및 오피스텔을 시공해왔다. 앞서 대우산업개발이 두산건설 인수를 결심한 것은 두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위브(We've)'와의 시너지를 활용하기 위함이 컸다. 두산건설의 위브는 매년 아파트 평판 조사에서 10위권에 이름을 올려 왔다.

하지만 최근 업계 안팎에서는 위브의 브랜드 몸값이 예전만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게다가 두산건설은 종합 건설사 순위에서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0년 시공능력평가 순위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25위, 대우산업개발은 88위다. 두산건설은 전년 대비 2계단 떨어졌고, 대우산업개발의 경우 7계단 올라섰다.

두산건설은 부실 자산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용인 삼가, 화성 반월, 오송 단지 등의 장기 미착공사업장이 대표적이다. 대우산업개발이 두산건설을 업게 되면 동시에 해당 미착공사업장의 리스크도 함께 안을 수밖에 없다. 두산건설의 단기 신용등급의 경우에도 지난 6월 'B-'로 하향 조정된 상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양측의 협의가 무산된 것은 아니지만 이전과는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진 상태"라며 "두산그룹 측에서는 2000억 원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부실 자산 등도 여전히 있는 상황이지 않나. 대우산업개발이 굳이 몸값을 높여 부르며 두산건설 인수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산그룹 내부에서도 2000억 원의 박한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도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10년간 두산그룹이 두산건설에 쏟아 부은 자금을 고려하면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금액이라는 점에서다. 그간 두산그룹이 두산건설에 지원한 자금은 무려 2조4000억 원 규모다. 2000억 원 수준에서 매각이 이뤄지면 두산그룹 측에서는 투자금의 10분의 1 정도만 회수하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추가 매수 희망자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자금이 급한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2000억 원이라도 회수해야 하냐는 고민이 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두산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도 매물로 나와 있는 만큼 조금 더 협상 테이블에 설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연내 매각은 어렵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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