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PC 은닉' 김경록 증인신문…"검찰 수사 강압적"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PB)이 한동훈이 네 죄를 엄격히 본다. 그들에게 조국은 이미 나쁜 X"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정 교수와 동양대에 내려간 이유로는 검찰 수사 대비가 아닌 "정 교수가 자녀들의 과제물을 확인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속행 공판에는 김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김 씨는 정 교수 지시를 받고 자택 컴퓨터 하드디스크, 경북 영주 동양대 연구실에 있던 컴퓨터 등을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8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김 씨는 자신의 첫 공판에서 "정 교수가 '압수수색에 대비해야 한다'며 하드디스크를 교체해달라고 해 지시대로 했다"며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이날 재판에서도 김 씨는 "정 교수가 '압수수색이 들어올 수 있어 하드디스크를 교체해야 한다'면서 컴퓨터를 분해할 수 있는지 물었다"며 "제가 해본 적은 없지만 하면 된다고 답한 뒤 정 교수 집 근처에서 하드디스크를 사와 교체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시기는 지난해 8월로, 김 씨는 이날 조 전 장관이 자택에 들어와 "아내를 도와줘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을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자택에서 정 교수가 "검찰에 배신 당했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증언했다.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정 교수와 이같은 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했다.
반면 조 전 장관은 자택에서 함께 식사하던 중 "검찰의 압수수색에 화나지 않으시냐"는 김 씨의 질문에 "그 사람들(검찰)도 자기 일 하는 거다. 공인 되는게 참 힘들구나"라고 대답했다고 김 씨는 기억했다. 또 김 씨는 조 전 장관 가족 자산은 대부분 정 교수가 관리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정 교수와 김 씨를 각각 증거은닉 교사범과 정범으로 보고 있다. 정 교수의 지시로 김 씨가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인 하드디스크 등을 은닉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정 교수 측은 정 교수와 김 씨는 공동으로 증거를 은닉한 공범이라는 입장이다. 정 교수가 공범일 경우 자신의 죄에 관한 증거를 은닉했기 때문에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다.
김 씨의 1심을 맡은 재판부는 증거은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정 교수와의 공범 관계를 판단하지는 않았다. 검찰 수사에 대한 부정적 의식을 공유한 채 정 교수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는 이날 김 씨의 증언을 어떻게 판단할지는 정 교수 사건 재판부에 달렸다.
김 씨는 지난해 8월 31일 정 교수와 경북 영주에 내려가 동양대 연구실 컴퓨터 1대를 차에 은닉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압수수색에 대비해 연구실 컴퓨터에 있던 하드디스크를 은닉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날 김 씨는 "정 교수는 당시 '내가 이만큼 잘 살아왔다. 우리 애들이 이만큼 열심히 했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상황"이라며 "(영주에 내려간 것도) 애들 과제물 찾으러 간 걸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를 대비하기 보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해명할 자료를 확인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또 영주로 가던 차 안에서 정 교수가 조 전 장관과 통화한 일은 있지만 동양대 컴퓨터를 확보하러 간다는 등의 대화는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날 증인신문 과정에서 김 씨는 "(검찰이) 정 교수 부부와 지낸 10년 동안의 모든 행위를 소명하라고 했을 때, 이런 식으로 수사하는 게 맞나 생각했다"며 검찰 수사 과정에서 압박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하드디스크를 임의제출한 경위를 묻는 질문에 "오래 알고 지낸 기자를 만났는데 '한동훈(검사장)이 네 죄를 엄격하게 보고 있다. 자기들끼리는 이미 조국이 나쁜 X이다'라는 얘기를 듣고, 그 순간 순순히 검찰 조사에 협조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설명했다.
하드디스크를 제출한 이후 검찰과 면담 과정에서는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면 우리(검찰)는 끝까지 버리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참고인 조사를 받을 때에는 부부장 검사가 강압적 분위기를 조성하며 "긴급체포 하겠다"고 말해 중압감을 느꼈다고도 털어놨다.
새벽 2시까지 조사를 받은 뒤 아침에 사무실로 출근하자 기자들이 와 있어 "당신네(검찰)들이 흘렸느냐"고 따진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휴대전화를 압수 당했던 김 씨는 디지털 포렌식 과정을 참관하지도 못했다며 "검찰이 어떤 부분을 확보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조사받으러 갔더니 제 모든 카카오톡 문자와 이메일 등이 다 문서화돼 있었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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