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엄정화'] 무대 위의 디바, 코믹 연기의 대가

엄정화는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다. 그 에너지가 코미디 영화 오케이 마담을 만나니 유쾌함까지 더해졌다. 5년 여 만에 관객 앞에 서게 된 그는 크게 웃고 모든 스트레스를 털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여성 주인공 영화 꾸준히 제작됐으면"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이제는 웃는 거야 스마일 어게인~ 행복한 순간이야 해피 데이~♬"

친구들과 가끔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가면 듣게 되는 엄정화의 '페스티벌' 후렴구다. 흥이 오른 그들이 마치 같은 댄스 학원을 다니기라도 한 듯 똑같은 율동을 춘다는 게 매번 참 신기했다. 최근 한 코미디 영화 시사회를 다녀오고 나서 그 노래를 흥얼거리는 나를 발견했다. 내게 엄정화는 술 취해 흥이 오른 친구들이 부르는 노래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이제는 믿고 보는 코믹 연기의 대가다.

지난 6일 영화 '오케이 마담'(감독 이철하) 개봉을 앞둔 엄정화를 만나러 삼청동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페스티벌'을 틀었고 내친김에 'D.I.S.C.O(디스코)'도 연이어 들어봤다. 그 흥겨움이 '오케이 마담' 속 엄정화의 익살스러운 표정들과 교차됐다. 13명의 취재진과 함께 그를 마주했다. 퍼플 꽃무늬 블라우스를 입은 채 환하게 웃는 얼굴이었다. "이렇게나 많이 모였으니 중대 발표 하나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에 "저 결혼해요!"라고 크게 외칠 수 있는 에너지와 여유가 부러웠다.

"정말 기다렸던 순간이에요. 감개무량하고 걱정도 돼요. 관객분들이 영화를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오랫동안 시나리오를 기다렸고 '오케이 마담'이라는 제목부터 마음에 쏙 들었어요. 액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줄곧 가지고 있었고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어요. '그래도 도전!'이라는 마음으로 찍었어요."

코미디 영화는 늘 내게 걱정거리였다. 웃음이라는 게 사람마다 포인트가 다르니까. 더욱이 그 영화를 보게 되는 게 시사회라면 큰 감흥을 주지 못할 때 어떻게 리뷰를 어떻게 풀어낼지도 고민거리가 된다. '오케이 마담'도 처음엔 걱정을 샀지만 상영이 시작된 지 10분 만에 리뷰 포인트를 잡을 수 있었다. 억척스러운 꽈배기 집 사장, 애교와 사랑이 넘치는 아내, 딸과 친구처럼 지내는 엄마 등 미영 캐릭터에 분한 엄정화의 매력은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솟았다.

엄정화는 오케이 마담에서 억척스러운 꽈배기 맛집 사장 미영 역에 분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한동안 잊고 지냈지만 엄정화는 늘 코미디 영화에서 맡은 몫 이상을 해왔고 이번 영화에서도 이를 보여줬다. '미쓰 와이프' 이후 5년여 만에 그의 코믹 연기를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오케이 마담'의 가장 큰 기대 포인트다. 그래서 리뷰도 [TF씨네리뷰] '오케이 마담', 엄정화 하나로 충분한 하와이 行 티켓이라는 제목을 택했다.

"제 코믹 연기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 있지 않을까 생각은 해요. '미쓰 와이프' '댄싱퀸' '홍반장' 같은 영화를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이번 영화에서는 일부러 웃기려고 노력하지 않았어요. 억지스러워 보일 것 같아서요. 유쾌한 톤이고 상황도 코믹하니까 배우로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저 '오케이 마담'을 본 관객들이 크게 웃고 스트레스를 털었으면 해요. 나가면서 '아 오늘 좀 웃었네' 할 수 있는 영화요."

엄정화는 '미쓰 와이프' 후 5년여 만의 스크린 복귀작을 '오케이 마담'으로 택했다. 그 이유를 묻자 "시나리오가 없었다니까요!"라며 웃었다. 그는 작품을 기다렸지만 충무로는 '흥행이 어렵다'는 이유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제작을 멀리했다. '오케이 마담'은 제목부터 여성이 주인공이다. 사건을 해결하는 핵심도 그의 손에 달려있고 그 해결마저 온 몸으로 하는 액션이다. 5년여 만의 복귀작에 엄정화는 몸이 달았다.

"촬영 한 달 전부터 액션 스쿨을 다녔어요. 기다리다 보니 혼자 마음이 급해져서 그랬어요. 혹시라도 영화가 취소되더라도 제게 근육은 남잖아요?(웃음) 여자 캐릭터가 중심인 시나리오가 별로 없어요. 흥행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면 많은 관객을 동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모두 용기를 내주셨으면 좋겠어요. '오케이 마담'이 잘 돼서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가 꾸준히 제작됐으면 해요."

그는 세상 누구보다 가수 엄정화를 아낀다며 가수 활동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내비쳤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남성 주인공에 편향된 영화 시장을 이야기할 때는 진지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엄정화는 '오케이 마담' 속 미영과 같이 천진난만하고 재치 넘쳤다. 극 중 남편 역을 맡은 박성웅의 사랑꾼 연기를 이야기하면서는 "우리애기~" "밥 먹었쪄?"와 같은 대사를 온몸으로 따라 해 모두를 폭소케 했다. "이렇게 주인공 역할을 많이 하는 여자 배우는 별로 없다.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는 "부끄러워요!"라고 외친 후 한 참을 웃었다. 이렇게 에너지 넘치는 그의 얼굴이 궁금해 몇 번이고 고개를 쭉 빼고 그를 관찰하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가수도 하고 배우도 하죠. 저는 이게 익숙해졌어요. 예전에는 스위치 같은 게 있었어요. 배우 엄정화와 가수 엄정화를 분리하기 위해서요. 메이크업을 진하게 하고 컬러 렌즈를 끼고 가발도 썼어요. 같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요. 지금은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분리가 돼요. 무대에 오르면 가수 엄정화라 반갑고 그러다가 또 연기를 하면 배우 엄정화라 반갑고(웃음). 그저 다 좋기만 해요."

엄정화의 가수 활동은 2017년 12월 발매했던 열 번째 정규앨범 'The Cloud Dream of the Nine(더 클라우드 드림 오브 더 나인)'에서 멈췄다. 무대 위 그의 모습이 그리워지는 요즘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이효리 제시 마마무 화사 등과 함께 '환불원정대' 결성 소식이 들려왔다. 이제 술에 취한 내 친구들이 부를 엄정화의 노래가 하나 더 늘어났다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다. "누구보다 가수 엄정화를 아낀다"는 무대 위 그의 활약이 어서 공개되길 기대해 본다.

한편, '오케이 마담'은 생애 첫 해외여행에서 난데없이 비행기 납치 사건에 휘말린 부부가 평범했던 과거는 접어두고 숨겨왔던 내공으로 구출 작전을 펼치는 과정을 담는다. 이철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엄정화와 박성웅 이상윤 배정남 이선빈 등이 출연한다. 지난 12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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