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상법·공정거래법 의견서 제출 "시장 기본룰 존중해달라"

대한상공회의소가 시장의 기본룰을 존중해달라며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다. 사진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남윤호 기자

대한상의, 법무부·공정위에 상법·공정거래법 의견 제출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서를 각각 전달했다고 20일 밝혔다.

대한상의는 공정 경제질서 확립이라는 법 개정 취지에 공감하지만 △상법상 감사위원 분리 선출 신설에 따른 주식회사의 기본원리 침해 소지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규제를 획일적 강화할 경우 기업 투명성 제고에 협력한 지주회사에 대한 역차별 소지 △공익법인 출연주식에 대한 의결권 규제 신설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위축될 소지 등을 우려하며 합리적 재검토를 건의했다.

우선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 선출' 제도가 주식회사의 기본룰에 위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감사위원은 감사 역할도 하지만,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멤버인데, 분리 선출하면 대주주 의결권이 최대 3%로 제한받게 된다. 대한상의는 분리 선출 제도에 대해 보유지분에 의한 다수결 원칙에 따라 경영진을 선출하는 주식회사의 기본 룰을 훼손하며, 해외 입법례를 찾기 어려운 제도라고 설명했다. 또 분리 선출 제도 시행 시 투기펀드 등이 3%씩 지분을 쪼갠 후 연합해 회사를 공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는 기업 투명성 문제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외부감사인 지정제도,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등을 지켜보거나 자산 2조 이상 상장사들의 투명성에 과연 어느 정도 문제 있는지 먼저 실증해 본 이후에 재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대한상의는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처럼 내부거래 규제대상을 획일적으로 확대하면 지주회사 소속 기업들이 규제를 피하기 어렵게 된다고도 주장했다. 지주회사의 경우 다른 회사 지배를 목적으로 하며, 자회사 지분율이 평균 72.7%에 달하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현행 지주회사 제도는 기업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제도도입 및 지분율 상향을 유도해왔는데, 정책에 순응해 자회사 지분율을 높인 회사가 오히려 규제를 받는 정책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주회사에 속한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해서는 내부거래 규제의 예외로 인정해달라"고 건의했다.

대한상의는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에 대해서는 기업의 사회공헌이라는 순기능까지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익법인 보유 주식에는 우호 주주 기능이 담겨있는데, 의결권을 제한하면 그 기능이 사라져 기업이 공익법인에 출연할 유인이 사라지고, 이는 공익법인 재원 축소 및 사회공헌활동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대한상의는 의결권 제한이 필요하다면, 규제대상을 불성실법인에 국한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더불어 대한상의는 정보교환을 통한 경쟁제한행위를 담합으로 처벌하고, 정보교환행위가 있으면 담합에 합의한 것으로 추정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기업이 실제 담합 의도가 없는 정보교환의 경우까지 처벌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아울러 이번 개정안은 정보교환행위에 대해 '담합 합의' 여부를 중시하는 대법원의 판례나 주요국의 입법례와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대한상의는 상법상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서도 모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50% 초과로 된 소송 제기요건을 지분율 99% 초과로 상향 조정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현재처럼 50% 초과 시 인정할 경우 51% 주주와 49% 주주 간 이해 상충 가능성이 있다는 점, 해외에서는 100% 완전 자회사에만 허용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1주 만이라도 외부에 매각하면 100% 지분율 요건을 회피 가능하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현수 대한상의 기업정책팀장은 "공정 경제질서 확립 필요성에 대해 다수 기업은 공감하고,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 일부 기업의 문제를 들어 모든 기업을 일률규제하면 교각살우 위험이 있다"며 "경제계도 수용 가능한 것은 수용할 방침인 바 정부와 국회에서도 부작용 우려에 대해서는 경제계 대안 등을 합리적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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