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투자 유치' 마켓컬리, 매년 커지는 적자 '밑 빠진 독' 우려↑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가 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지속되는 공격적인 투자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자칫 회사 재무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민주 기자

컬리 "김포 물류센터, 실적 개선 터닝포인트될 것"

[더팩트|이민주 기자] 마켓컬리가 20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한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공격적인 투자가 회사 재무 건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매년 적자 폭이 커지는 가운데 수천억 원에 달하는 투자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자칫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2일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2000억 원의 규모의 시리즈 E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올해 국내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 중 가장 큰 규모다.

이번 투자에는 신규 리드 투자사인 DST Global, 기존 투자사인 Hillhouse Capital, Sequoia Capital China, Fuse Venture Partners(구 Global Venture Partners), SK네트웍스, Translink Capital 외 Aspex Management가 참여했다.

이로써 컬리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4200억 원이 됐다. 컬리는 지난 2016년 12월 시리즈 B 투자 170억 원을 유치했으며, 지난 2018년 9월에는 시리즈 C 670억 원, 2019년 4월 시리즈 D 1350억을 투자받는 데 성공했다. 시리즈는 스타트업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단계를 표기하며 시리즈 A는 설립자금을 뜻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컬리가 새롭게 시리즈 B~D(2200억 원) 투자금에 맞먹는 자금을 유치한 데는 코로나19로 인한 새벽배송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온라인쇼핑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3월 온라인쇼핑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2조5825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8%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온라인을 통한 식품 거래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농·축·수산물 서비스 거래액은 91.8%, 음식서비스는 75.8%, 음식료품은 58.4% 신장했다.

새벽배송 시장도 매년 성장 중이다.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100억 원에서 지난해 8000억 원대로 80배 성장했으며, 올해는 1조 원을 거뜬히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컬리는 김포 물류센터 완공을 기점으로 유통망 확대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다. 사진은 컬리가 사용하는 종이 배송박스. /이민주 기자

컬리는 투자금을 토대로 온라인 장보기 시장 경쟁력을 확대하고, 현재 보유한 물류센터 2.5배 규모로 오픈 예정인 김포 물류센터 설비를 비롯해 시스템 고도화, 고객 확대, 인재 유치 등에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등 지속가능한 사업 형태를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컬리의 포부에도 업계의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시장 내 자본을 앞세운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대거 진입한 상황에서 이번 투자가 자금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최근 컬리가 발표한 경영 실적도 이같은 견해에 무게를 싣는다. 컬리는 설립 이래로 줄곧 영업손실을 내고 있으며 최근 그 폭이 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컬리 지난해 매출은 4289억 원으로 전년(1571억 원) 대비 173% 증가했다. 그러나 커지는 몸집만큼이나 손실도 커지고 있다. 컬리는 지난해 전년 대비 2.7배 늘어난 97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53억 원)과 비교하면 영업손실은 무려 18배 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벽배송이 시장이 성장하자 유통 대기업들이 줄줄이 뛰어들고 있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SSG닷컴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최근 롯데쇼핑에서도 롯데ON을 내놓고 본격적인 배송 경쟁에 뛰어들었다"며 "컬리가 물류센터 건립에 대한 투자 이익을 보기까지 최소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그때까지 컬리가 현재 위치를 지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컬리는 감사보고서 수치에는 나타나지 않는 재구매율, 회원 충성도를 비롯한 여러 지표를 근거로 성장을 자신했다.

컬리 관계자는 "김포 물류센터는 올해 말 완공될 예정"이라며 "현재 물류센터와 터미널이 수도권 동부에 치우친 만큼 김포 물류센터가 지어지면 수도권을 전방위적으로 커버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는지와 관련해서는 이어 "계약조건 상 노출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다만 이번 투자에 기존투자자들이 참여한 것을 보면 과거 투자에서 성과가 났다고 생각하니 재투자한 것이 아니겠냐. 컬리의 성과에 대해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빠르게 턴어라운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특히 김슬아 대표가 이에 관심을 쏟고 있다"며 "센터에 대한 투자가 향후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다. 회원 수, 재구매율 등 지표가 컬리의 성장을 증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inju@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