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줄 얼어붙은' 아시아나항공, ABS 조기상환 비상등 켜지나

한국신용평가가 아시아나항공의 ABS 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하면서 자금 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팩트 DB

ABS 신용등급 1단계 낮춰…6월까지 CP도 3900억 만기 '발등에 불'

[더팩트|한예주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운항 실적이 급감하면서 항공운임채권 ABS 회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점차 커지고 있다.

당장 6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기업어음(CP)도 4000억 원 규모인 상황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유상증자 시기까지 불투명해지자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우려가 점차 확산되는 중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신용평가(한신평)은 ABS의 신용등급을 대한항공은 기존 A에서 A-로, 아시아나항공은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조병준·김도선 한신평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두 항공사 ABS의 신탁원본 회수 실적이 심각한 수준으로 급격하게 감소했다"면서 "회수실적 저하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회복의 시점 및 속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항공사들은 항공 운항 실적을 토대로 한 장래매출채권을 기초로 ABS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실상 운항을 멈춰서면서 ABS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자금 융통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2017년 4월 발행했던 ABS(발행 잔액 1500억 원)와 관련한 지난달 항공운임채권 회수 실적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9.7% 감소했다. 해당 ABS 상환을 위해 쌓아야 하는 최소 금액(필요 적립액)의 100분의 1에 불과했다.

이후에 발행한 나머지 ABS도 지난달 회수 실적이 필요 적립액의 0.1~1.8배밖에 되지 않았다. 필요 적립액 대비 항공운임채권 회수 실적 비율이 3개월간 평균 두 배 밑으로 떨어지면 ABS에 붙은 조기 상환 조건이 발동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기내면세품 신용판매대금채권 등 다른 자산을 ABS와 관련한 기초자산으로 추가 신탁하며 무더기 조기 상환 사태를 막기 위한 총력전에 들어갔다.

업계 한 관계자는 "ABS의 항공운임 담보가 충분해 당장 조기상환 요구를 하지 않겠지만, 증자가 지연되고 유동성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 상환 요구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 역시 "산업은행 주도로 채권단 회의가 열리기 때문에 ABS를 당장 갚아야 하는 상황에는 처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ABS 발행은 추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반기 중으로 해결해야 할 단기차입금도 4000억 원 규모인 상황에서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유상증자 성자도 미뤄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가 커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제공

당장 단기차입금 만기에 대응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4736억 원어치의 CP(전자단기사채 포함)를 연내 상환 또는 차환해야한다. 이 중 2분기 이내에 해결해야 하는 물량만 3900억 원어치다.

특히, 이달에만 1700억 원어치의 CP 만기가 대기하고 있다. 5월에도 1700억 원어치를 갚아야 한다. CP 상환에 매출 감소로 인한 운전자금 부담이 겹치면서 유동성 확보가 긴박한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CP 신용도가 A3-로 낮아 채권안정펀드 등의 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런 와중 아시아나항공은 잇따라 단기차입금을 늘리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7일 스탠바이론 형태로 3000억 원(산업은행 2152억 원, 수출입은행 848억 원)의 단기차입금 증액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2월 말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KB증권에 각각 1000억 원씩 브릿지론으로 총 3000억 원을 조달했지만 두 달 만에 추가 조달을 결정한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대출로 당장 한숨은 돌리겠지만, 긴급하게 자금이 필요할 경우 인출해 쓸 수 있는 예비재원을 쓰기로 했다는 건 그만큼 이 회사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란 걸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유상증자 성사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유상증자 일정이 연기되는 등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둘러싼 정황들이 '인수 포기'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격을 놓고 HDC현대산업개발과 산업은행 간 줄다리기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항공수요의 종전 수준 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시아나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답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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