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절약 효과…2030세대 겨냥
[더팩트│황원영 기자] 손해율 악화에 허덕이고 있는 보험사들이 '온디맨드(On-demand·소비자주문형)'로 손을 뻗었다. 온디맨드 보험은 필요할 때만 보험에 가입하고 필요하지 않을 경우 전원처럼 스위치를 끌 수 있는 상품이다. 보험사들은 여행·이륜차보험은 물론 자동차보험까지 줄줄이 온디맨드로 출시해 합리적인 소비자를 겨냥한다는 계획이다. 보험료 절감 효과에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첫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은 최근 '퍼마일(Per-Mile)' 방식의 자동차보험을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매월 주행한 거리에 따라 보험료가 산출되는 온디맨드 방식의 자동차보험이다.
기존 자동차보험은 보험사가 운전자 평균 주행거리 등을 반영해 일괄적으로 같은 보험료를 책정한다. 반면, 퍼마일 보험에서는 일부 가입금만 납부하고, 매월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후불로 납부한다.
주행거리가 짧을수록 보험료를 적게 낸다. 장기 해외여행으로 자동차운전을 안 하거나, 폭설·폭우 등으로 평소보다 운전을 적게 한 달에는 다른 달과 비교해 적은 보험료를 납부하는 셈이다. 주말에만 개인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이나 차량을 2대 이상 보유한 소비자 역시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다. 캐롯손해보험에 따르면 연평균 1만5000㎞ 이하를 주행하는 운전자는 기존 다이렉트 자동차 보험보다 약 8~30%의 보험료를 아낄 수 있다.
국내 온디맨드 보험은 지난해 4월 NH농협손해보험이 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와 함께 '스위치 온·오프(On-Off) 여행자보험'을 선보이며 시작됐다. 온·오프 여행자보험은 가입 시 한 번의 인증으로 스위치를 켜면 보험을 개시하고, 끄면 종료할 수 있는 상품이다. 처음 가입할 때만 약관 동의 등의 절차를 밟고 이후 여행·출장 등을 떠날 때 기간 설정과 보험료 결제만으로도 보험을 개시할 수 있다.
이어 KB손해보험이 지난해 11월 배달의 민족과 손잡고 임시 배달업 종사자를 위한 '시간 단위의 배달업자 이륜차보험'을 선보이며 온디맨드 열기를 이어갔다. 해당 보험은 오토바이 배달원들이 필요할 때만 시간 단위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그간 배달업 종사자들은 비싼 보험료를 내고 1년짜리 유상운송보험에 가입하거나 가정용 이륜보험에 가입했다. 이에 불필요한 보험료 지출과 사고 시 애매한 약관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KB손보가 내놓은 상품은 운전자들의 배달 시간에 따라 보험료가 부과된다. 시간당 보험료는 대인배상 무한·대물배상 2000만 원 한도 기준 1770원이다.
온디맨드 보험은 필요할 때만 사용할 수 있어 보험료를 아낄 수 있다. 보험사들은 이 같은 장점을 앞세워 젊은층과 합리적인 소비를 중요시하는 고객들을 유인할 계획이다. 특히, 기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NH농협손보와 레이니스트에 따르면 스위치 온·오프 여행자보험에 가입한 고객 중 75%가 2030 세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캐롯손해보험의 퍼마일 자동차보험 역시 보험 소비자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았다. 다만, 1년 단위로 가입하는 자동차보험의 특성상 신규 가입이나 갱신 시기가 도래한 고객만 가입할 수 있어 당분간 가입자 추이가 눈에 띄게 증가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술 발전, 제도적 뒷받침, 소액 보험을 선호하는 소비자 증가 등 온디맨드 보험이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조건이 뒷받침됐다"며 "기존 보험 상품과 달리 차별화된 보장, 선택적인 보장 등이 가능한 온디맨드 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won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