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전 장관 4차 공판…검찰 "인정하지만 그래도 특혜"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64)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54)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증거자료 수천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한숨 돌렸다. 검찰이 내정자에게 환경부 내부 자료를 줘 면접을 도왔다는 기존 증거에 대해 "사전에 공개된 정보였다"고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2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의 4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이 "환경부 내부 정보를 내정자에게 미리 전달해 특혜를 줬다고 주장하는데, 구글에 검색하면 첫 번째로 나오는 정보"라고 반박한 것에 대해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18일 3차 공판에서 변호인은 "검찰 공소장을 보면 내정자에게 비공개 정보를 줘 면접 준비를 도왔다고 기재돼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실제로 탈락한 한 후보자는 '전혀 받은 적 없다. 인터넷으로도 알 수 없는 정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며 "그러나 '알리오'라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는 해당 자료가 등재돼 있었다. 지금도 구글에 검색하면 첫 번째로 나온다"고 반박했다. 또 "꼭 같은 문건은 아니지만 내용 차이가 거의 없는 자료도 힘들이지 않고 검색만 하면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내정자에게 전한 업무보고 자료가 이미 공개돼 있다는 점은 다투지 않겠다. 내정자에게 보낸 자료와 '알리오'에 등재된 자료의 내용 역시 대체로 일치하다는 걸 확인했다"면서도 "다만 특정 후보자에게만 자료를 제공하는 행위만으로도 어느 정도 특혜를 제공한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비공개 자료를 제공해 특혜를 줬다는 기존 입증 취지와 달리 이미 유사한 내용의 자료가 공개돼 있지만, 내정자에게 자료를 따로 건넸기 때문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기본적인 혐의내용에 영향이 없다는 취지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토대로 입증 취지를 설명하는 서증조사가 진행됐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는 3000여 개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지난해 11월 1차 공판이 시작된 뒤 두 달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 서증조사 절차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다만 검찰이 긴밀한 특혜 제공이라고 본 비공개 정보가 공공연한 내용이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함에 따라 김 전 장관은 무수한 증거자료 속에서 잠시 숨을 돌리게 됐다.
이날 재판 역시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아 검찰 측 서증조사를 묵묵히 들었다.
재판부가 "재판을 시작하기에 앞서 피고인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진술거부권을 고지해야 하는데 오늘 깜빡 했다. 죄송하다"며 "그래도 오늘 얼굴을 뵈니 피고인이 바뀐 것 같지는 않네요. 주소나 인적사항도 바뀌지 않으셨지요"라고 농담 섞인 사과를 건네자 얕게 웃으며 "네"라고 대답했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이전 정권이 임명한 환경공단 직원들에게 사표를 제출하라고 종용하고, 이에 불응하는 직원에 대해서 '표적 감사'를 벌여 친정부 성향 후임자를 임명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지난해 4월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서증조사를 위한 기일을 2회 속행한 뒤 사표 제출을 강요받은 전․현직 환경공단 임직원들을 불러 본격적인 증인신문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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