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초조한 北 느긋한 美…文대통령 역할 한계

북한과 미국의 기 싸움이 지속하고 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주목된다. /청와대 제공

남북관계 악화에 北 접촉 어려워…연말까지 美 호응 미지수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북한과 미국 간 비핵화 실무협상이 지지부진하다. 북한이 올 연말까지가 대화 시한이라며 연일 미국을 압박하고 있으나 미국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자칫 대화의 판이 엎어질 시간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마땅히 없는 형편이다.

북미는 지난 10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비핵화 실무회담을 성과 없이 마친 이후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제시한 연말이 다가오는 가운데 북미 비핵화 협상은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빠진 교착 상태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양보 없는 기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분위기상 미국은 느긋하고 북한은 초조한 모습이 역력해 보인다. 미국은 연일 북한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체제 안전 보장과 제재 해제로 여겨지는 새로운 셈법의 상응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대화의 문은 열어두면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는 않고 있다.

북한은 엄포를 놓고 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3일 연말까지 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대화의 기회는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뿐 아니라 북한은 꾸준히 대화의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점을 강조하며 전향적인 조치를 들고나올 것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연말까지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더는 미국과 협상을 통한 제재 해제의 기대를 버리고 자력갱생을 통해 독자적 경제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험로를 걷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6월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만난 남·북·미 정상. /청와대 제공

북한과 미국이 좀처럼 물러서지 않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신중히 관망하는 모양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0일 "북미 실무 협상의 재개 시기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연말까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최종 결렬되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북미 간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문 대통령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당장 문 대통령이 북미 사이에서 중재와 촉진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북한과 접촉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북한은 미국과 직거래를 원하고 있어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모두가 (문 대통령을) 인정해야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사실 (문 대통령이) 중재자라면 현재 봉착한 북미 간 교착 국면에서 빛을 내야 함에도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의 역할은 물밑에서 활발히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정 실장은 "북측의 입장도 고려해 가면서 가급적 조기에 북미 간에 어떤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우리 쪽에서도 계속 미측과도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남북관계 개선 없이 반도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비핵화 협상에 큰 진전을 이루기 어렵다고 본다"면서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여전히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셈법을 제안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 정세를 고려해보면 고위급 실무협상→북미정상회담 시나리오의 연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합의 진전을 위한 의지가 있다고 밝힘에 따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급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논란으로 비핵화 문제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얼마나 힘을 보탤지는 미지수다.

올해가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만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북미 간 최종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향후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궤도에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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