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롯데케미칼, 불황 장기화 조짐에 다시 '스페셜티' 만지작

3분기 동반 부진을 겪은 석유화학업계가 불황을 타개할 대안으로 고부가가치 사업인 스페셜티 사업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더팩트 DB

스페셜티 소재사 합병하거나 원료 개발로 사업 확장 움직임

[더팩트 | 이한림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올해 3분기 대내외 불황에 연이어 실적 비보를 띄우고 있다. 업계는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주주를 달랠 대안으로 다시 '스페셜티'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모습이다.

4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롯데케미칼, LG화학은 어두운 표정으로 컨퍼런스콜을 진행했다. 나란히 전년 동기 대비 두자릿수대 영업이익 하락율을 보였고 오는 시황 악화에 따라 4분기 전망도 어두울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올해 3분기 매출 7조3473억 원과 영업이익 3803억 원을, 롯데케미칼은 같은 기간 매출 3조9400억 원과 영업이익 3146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각각 지난해 3분기와 대비해 36.9%, 37.5% 감소했다.

업계는 석화업계의 3분기 동반 부진 원인을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진 까닭으로 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국 등 주요 수출국의 자급률이 높아졌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업체의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또 지속된 자급률 상승으로 인해 오히려 글로벌 공급량이 늘어 향후 공급 과잉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동시에 스페셜티 사업을 불황을 타개할 대안으로 보고 있다. 고부가가치 사업을 의미하는 스페셜티 사업은 국내 석화업계의 쌀로 불린 에틸렌 등 범용사업 외에 기능성 화학제품이나 특수소재 제품을 생산하는 사업을 통칭한다. 국내 석화업체들은 지난 2015년부터 향후 불황을 예상하며 앞다퉈 스페셜티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다만 올해 들어 국제유가 변동과 공급과잉 등 대내외적 시황 악화가 지속되며 전면전으로는 대안이 찾기 어려워지자 스페셜티 사업이 다시 떠오르는 모양새다.

석화업계가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기술 진입장벽은 높지만 기존 석유화학 범용 제품보다 활용범위가 넓어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팩트 DB

방식은 업체별로 다양하다. 스페셜티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품에 안거나 스페셜티 제품에 사용될 원료를 개발하면서 사업을 확장할 방침이다.

먼저 롯데케미칼은 자회사와 합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롯데첨단소재는 최근 전방산업에서 각광받는 자동차 경량화 소재, 생활가전 제품 강화 소재 등을 생산하는 스페셜티 소재사로 알려져 있다. 또 올해 말 준공예정인 여수 폴리카보네이트(PC) , 울산 메타자일렌(MeX) 및 고순도이소프탈산(PIA) 공장 증설을 통해 스페셜티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방침이다.

LG화학의 스페셜티 사업은 POE(폴리에틸렌 엘라스토머)로 볼 수 있다. 특히 메탈로센 촉매 기술이 적용된 LG화학의 POE는 LG화학 등 전 세계 5개의 화학사에서만 제조 기술을 갖고 있어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POE로 생산된 플라스틱 합성수지는 가공성이 뛰어나고 충격강도와 탄성이 우수한 게 장점이다. 자동차 내외장재 및 범퍼 충격 보강재 등 다양한 분야에도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석화업계의 스페셜티 사업에 지지를 보내는 모습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1회 화학산업 날' 기념식에서 "우리 화학기업이 고부가 스페셜티 분야로 업역을 다각화할 수 있도록 정부도 연구개발(R&D) 등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석화업계가 미국과 중국 중동 등 글로벌 화학설비 신증설 등에 따른 공급 과잉 기조를 견뎌내기 위해서는 방식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며 "화학사들도 IT기업처럼 범용제품뿐 아니라 스페셜티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적극적인 신규 수요를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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