눙크, 여전히 매장 앞에 놓인 '오픈 기념 럭키박스'
[더팩트|이민주 기자] 에이블씨엔씨의 야심작 뷰티 편집숍 '눙크(NUNC)'가 론칭 5개월 차를 맞이했지만 여전히 고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로드숍 대표 브랜드 '미샤'의 성공신화로 기대를 모았지만, 일부 매장에서 브랜드 론칭 당시 마케팅 일환으로 기획한 '오픈 기념 럭키박스' 물량 조차 소화하지 못하는 등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에이블씨엔씨는 최근 미샤를 뷰티 편집숍 형태의 눙크로 바꿔나가고 있다. 지난 6월 13일 '눙크 이대점' 오픈을 시작으로 점포를 늘려 최근 20개가 됐다. 당시 에이블씨엔씨는 미샤 단일 브랜드 매장을 3000여 가지 제품을 취급하는 뷰티 편집숍으로 바꾸는 차별화 전략으로 기존 멀티브랜드숍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며 대대적 체질 개선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오전·점심·저녁 시간대에 눙크 매장 3곳(이대·홍대·명동)을 각각 방문했다. 어느 매장할 것 없이 손님이 없이 한산한 분위기였다. 1시간을 기다려봐도 매장으로 들어가는 고객은 손에 꼽았다.
'눙크 오픈 기념 럭키박스'가 매장 앞으로 놓여있는 점도 여전했다. 홍대점의 경우 개업 4개월을 넘겼으나 문 앞 매대에는 오픈 기념으로 출시한 럭키박스가 쌓여 있었다.
매장을 찾은 이들은 외국인 관광객이나 지나가다가 잠시 들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홍대점에서 한참을 기다려서야 만난 한 고객은 "그냥 지나가다가 할인 행사를 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기에 들어왔다. 딱히 뭔가 사려고 들어온 것은 아니며 물건을 둘러보려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뷰티 편집숍을 표방한 브랜드 이미지 재편 작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대와 홍대점 인근 시민들은 대부분 눙크가 에이블씨앤씨에서 운영하는 매장인지 알지 못했다. 일부는 "특별히 눙크를 방문할 의사가 없다"며 "오히려 미샤가 없어져 서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홍대점 인근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2)씨는 "생긴 지 얼마 안된 화장품 판매 매장으로 기억한다"라며 "가본적은 없다. 화장품은 보통 인터넷으로 구입하고 있다. 급하게 아이라이너 제품이 필요하거나 하면 방문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대점의 경우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또 다른 대학생 이모(25)씨는 "눙크라는 이름을 들어는 봤다. 전에 미샤 매장이 있던 자리에 생긴 화장품가게"라며 "워낙 학교 앞 가게들이 자주 바뀌다보니 '새로운 화장품가게가 또 들어왔구나'라고 생각했다. 미샤가 있을 때는 종종 매장을 둘러보러 방문했었으나 눙크에는 아직 안 가봤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 일각에서는 브랜드 홍보 방식에 변화가 시급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로드샵의 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보이지만 미샤의 경우 대표 로드샵 브랜드 내지 가성비 좋은 화장품이라는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며 "에이블씨엔씨가 미샤 대신 눙크를 선택한 것이 잘한 일인지 잘 모르겠다. 별다른 차별점 없이 멀티샵으로 바꾸는 바람에 미샤 매장을 찾던 고객마저 잃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상대적으로 늦게 편집숍 업계에 진출했다는 점과 타사와 차별성 부재 등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멀티숍 쪽에서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올리브영, GS리테일의 랄라블라 등 주요 플레이어가 H&B(헬스앤뷰티) 스토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뿐더러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도 각자가 보유한 풍부한 브랜드와 히트 상품을 앞세워 아리따움, 네이처컬렉션을 운영하고 있다"며 "에이블씨엔씨의 경우 색조를 강화했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크게 차별화된 부분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른바 '뷰티 공룡'으로 불리는 세포라가 국내에 진출하면서 시장 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뷰티 매장 트렌드는 대형화, 체험형 두가지다. 온라인으로 빠져나가는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매장에 뷰티바나 헤어스타일링 제품을 배치하는 등의 체험 공간을 두는 추세"라며 "그러나 눙크 매장은 이런 추세에서 벗어나있다. 매장도 기존 미샤 매장을 전환하고 있기에 제품 배치 등도 로드샵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매장 규모도 상대적으로 다른 멀티숍이나 H&B 스토어에 비해 작은 편이다. 이도저도 아닌 포지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에이블씨엔씨 측은 눙크 관련 말을 아꼈다. 관련 매출 공개도 할 수 없다는 견해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25일 "매장에 따라 장사가 잘 되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며 "매장 확대 계획, 매출 등은 공개가 어려운 사안이다. 눙크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minj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