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김명수 대법원 2년 사법개혁은 '소걸음'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대법원 2층 중앙홀에서 열린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대법원 제공

대법관 구성 다양화 성과…"남은 4년 개혁 속도 높여야"

[더팩트ㅣ송은화 기자] "내년 정기인사에서는 올해 법원행정처 상근법관 감축에서 더 나아가 우수한 외부 전문가 등용도 함께 이뤄질 것이고, 이를 위한 개방직 공모절차가 곧 시작될 것이다."

"법관은 승진이나 중요 보직 또는 일신의 안락함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도는 반드시 완전히 폐지돼야 하고 이를 위한 법률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 2주년(25일)을 보름 여 앞둔 지난 10일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구체적인 사법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김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취임 이후 사법개혁 의지는 여러차례 드러냈지만 실행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법개혁의 구체적인 시점 및 계획 등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전 대표적인 개혁파 법관이었다. 춘천지방법원장 시절인 2017년 3월 대법원이 소집한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 참석해 '양승태 사법부'에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책임을 물었다. '사법농단'의 실행자로 꼽히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장에게 "법원행정처가 (사법농단)사태를 축소하려 하는 등 잘못된 대응을 하고 있다. 사법부에 대한 외부의 비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대법원장 취임 뒤에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보고서를 받은 뒤 일주일이 넘도록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핵심 조치인 형사고발을 하기까지는 3개월여를 끌었다. 과감한 개혁 조치를 바랐던 법조계에는 실망의 빛이 역력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2년, 사법개혁 어디까지 왔나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2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 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사진=참여연대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대법관 구성 다양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대법원장 체제의 개혁 미진, 셀프 사법행정개혁에 따른 '맹탕' 우려 등 아직 갈길이 멀다는 지적도 받는다.

김명수 대법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극단화된 사법행정권 독점을 해소하고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출범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명은 그 자체만으로도 개혁으로 평가됐다. 기수 파괴는 물론 대법관, 법원행정처를 거치지 않은 대법원장의 탄생은 파격적이기에 충분했다. 기존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법원행정처 출신 고위법관이라는 법칙에서 벗어나 대법관 구성도 다양화됐다. 보수·진보 대법관의 균형으로 만장일치 판결도 줄었다. 실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사건 116건 중 39건(33.62%)을 전원일치 의견으로 선고했다. 반면 김명수 대법원에서는 7월 8일 기준 37건 가운데 3건(8.10%) 뿐이다. 치열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 결과 신일철주금 상대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소송 승소판결,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 이재용 제3자 뇌물수수 사건 파기환송 판결 등 과거사 바로잡기나 소수자와 약자의 인권 및 권익 보호, 경제민주화 측면에서 주목할만한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취임 2년이 지나도록 사법행정체제 개혁은 물론, 개선 노력조차 눈에 띄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지난 9일 발족한 사법행정자문회의도 대법원장 견제 기구라는 애초 취지와 달리 말 그대로 자문회의의 성격에 그칠 위험성이 짙다는 우려가 많다. 심의·의사결정기구라는 위상도 애매모호하다. 위원 구성 모두 비상근인데다 현직 고위법관이 실질적 다수를 차지하는 한계를 보인다.

사법개혁과제 역시 구체화된 것이 없다는 평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인 김지미 변호사는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2년, 사법개혁 어디까지 왔나' 토론회에서 "과거 참여정부 당시 구성됐던 사법개혁위원회가 건의한 여러가지 안건 중 이미 시행 중인 법조일원화, 법학전문대학원 설립, 국민참여재판 등을 심화, 발전시켜야 할 뿐 아니라 국민소송제도 도입, 군사법제도 개혁, 공익소송 활성화 등도 구체적 방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김 대법원장이 추진하고 있는 상고심제도 개선 논의도 깜깜이로 이뤄지고 있다. 상고심 제도 개선과 급심 강화, 공판중심주의, 변호인 조력 받을 권리의 보장 등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13일 대법원청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대법원 제공

조국 사태를 계기로 검찰개혁은 국민적 화두가 됐지만, 사법농단 사태와 사법부 개혁은 어느새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지원 무소속(대안정치연대) 의원은 이 토론회에서 "취임 2주년을 맞는 김명수 대법원은 개혁 의지뿐 아니라 역량도 의심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는 2023년 9월 24일까지로 4년의 시간이 남았다. 더 늦기 전에 잔여 임기 동안 국민의 요구를 수렴하고 개혁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2011년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출간한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 1년차 당시만 해도 사법농단 사태 관련 법원행정처 개혁이 급물살을 타는 등 많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후 큰 성과 없이 (시간만)흘러가고 있다"고 사법개혁에 속도를 내줄 것을 촉구했다.

신평 변호사는 "진정한 사법개혁이란 재판이나 (검찰의)수사가 공정하게 결론나게 한다는 것"이라며 "국민의 뜻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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