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문건 유출' 유해용 4차 공판…검찰 수사 비판
[더팩트ㅣ서울중앙지법=송주원 기자] 대법원 문건을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유해용(53) 변호사의 재판에서 검찰이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8일 증인으로 출석한 임종헌(60)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실상 증언을 거부한데 이어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이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수사를 펼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제28형사부(박남천 부장판사)는 2일 오전 10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유 변호사의 4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유 변호사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으로 재직했던 2016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관심 사건이었던 '비선 의료진' 김영재 원장 부부의 특허소송 상고심 진행 상황과 재판 쟁점을 정리한 보고서를 임 전 차장을 통해 청와대에 넘긴 죄로 3월 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유 변호사가 취득한 문건을 변호사로 전향한 이후 활용했다고 판단해 변호사법 위반으로도 기소한 상태다.
이날 재판에서는 유 변호사가 받는 혐의 중 변호사법 위반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자료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단의 날선 공방이 있었다. 앞서 검찰은 유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내역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사실조회를 신청해 회신받았다. 변호인단은 이를 두고 "먼지털이식 수사기법"이라고 비판했다.
변호인은 "수임료를 포함해 수임 정보 전부를 받은 것은 어떤 혐의로든 수사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이런 먼지털이식 수사라면 대한민국에 모든 사람이 범죄 혐의자 아니겠냐"고 실소를 터트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피고인이 변호사 업무를 하며 대법원 보고서를 이용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재판부는)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재판부 역시 "형사소송법상 범죄 혐의가 있다고 사료한 때에 수사할 수 있는데, 해당 자료가 객관적으로 필요한 사안이었는지 생각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검찰은 "범죄 혐의는 증거로 찾아가는 것이다. 법적으로 하자없는 증거수집이었다"고 맞섰다. 검찰은 유 변호사에게 대법원 연구권 재직 당시 청와대로 문건을 유출한 것에 직권남용죄를, 변호사 개업 후 이를 업무에 이를 이용한 것에 변호사법 위반을 적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신청해 받은 유 변호사의 사건 수임내역은 두 혐의 모두를 입증하기 위한 합당한 수사기법이었다는 취지다.
검찰의 증거인부는 지난 해 압수수색 수사 당시 촬영물에서도 난관에 봉착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현장 사진을 비롯해 수색 영장을 청구하던 장면이 담긴 사진까지 출력해 변호인에게 전달했다. 수사과정에서 위법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준비한 걸로 보이는 해당 자료를 검찰이 비교적 연도와 날짜까지 밝히며 상세히 묘사하자 변호인단은 제지하고 나섰다. 변호인단이 이의를 제기하자 검찰도 신경이 곤두섰는지 "제 말씀을 듣고 하시라"고 언성을 높였다. 재판부는 증거인부가 이뤄지지 않은 자료를 자세히 밝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증거순번 하나하나 내용을 밝히지 말고 입증 취지만 언급하라"고 주의를 줬다.
증거인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이 첨예한 대립을 이어간 가운데 당사자인 유 변호사는 재판 도중 발언 기회를 구하고 직접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유 변호사는 "보고서 출력물 유출과 관련해 (검찰이) 대단한 기밀을 유출한 거처럼 말하는데, 보고과정에서 수령한 것에 불과하다. 제 사무실을 다 채우고도 모자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양이었다"며 "관심있는 사건 보고서 일부만 가지고 있었을 뿐, 결코 변호사 영업에 활용할 의도는 없었고 실제로 활용하지 않았다"고 자신이 받는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유 변호사의 속행 공판은 10월 7일 오전 10시로, 이날 공방을 벌였던 증거에 대한 서증조사가 있을 예정이다. 또 유 변호사가 대법원 문건을 유출한 의혹을 받는 2016년 함께 연구관을 지낸 현직 판사 이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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