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50일 갓 넘긴 이인영, 정치력 시험대 올라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장외 투쟁을 벌이던 자유한국당이 국회로 복귀하면서 여야 정치권의 '외톨이' 바통을 더불어민주당에 전달되는 모양새다. 민주당이 원내 상황에서 야당 모두로부터 외면받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가 일어난 것은 민주당 이인영·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등 교섭단체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모여 국회 파행을 풀면서부터다. 이들은 기존에 민주당과 정의당이 각각 맡고 있던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위원장직을 교섭단체 중 의석수 순으로 다시 배분하기로 했다. 즉 민주당과 한국당이 맡는다는 뜻이다. 이 합의로 장기간 국회 보이콧을 이어오던 한국당은 등원을 전격 결정했다. 한국당은 완전한 국회 정상화는 아니라고 했지만 모든 상임위 일정에 복귀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정상화 수순을 밟은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민주당 입장에선 억울하게 됐다.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해 나름의 결단을 한 것인데, 이는 오히려 자신들에겐 상황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당은 돌아오자마자 바른미래당과 손을 잡았다. 두 당은 민주당을 향해 최근 불거진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귀순 사건, 교과서 무단 수정 의혹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공동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나 원내대표와 오 원내대표는 한목소리로 "민주당은 국정조사 요구에 협조해야 한다.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이 원내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금까지 '개혁세력'이란 명분으로 공조해왔던 비교섭단체 중심 야권도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 해고 사태'에 뿔이 났다. 여야 합의와 관련해선 오 원내대표와 엇박자를 내고 있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를 포함해 민주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은 이번에 무늬만 개혁 세력이란 인상을 국민들에게 깊게 새겼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 개혁에 공을 들여온 이들은 "만약 이번 (여야) 합의로 정치개혁 논의의 주도권(정개특위 위원장)이 반개혁 세력인 한국당에게 넘어간다면 선거제도 개혁은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지고 여야4당의 개혁 공조까지 흔들릴 수 있는 위기에 처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도는 조금 복잡하지만 야당이 모두 여당을 겨누는 상황이 된 것은 분명하다는 관측이다. 특위 위원장 배분과 관련해선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한국당과도 조율이 필요해 반드시 정개특위 위원장을 민주당이 가져올 수 있을 거란 보장은 없다. 민주당이 사개특위 위원장을 선택하는 순간이 온다면 든든한 우군이었던 범여권으로부터의 외면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러한 원내 기류 변화에 대해 정춘숙 원내대변인도 2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 지형 변화가 있는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수세에 몰리고 있냐는 말이 있는데 대책이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입장이 다른 것은 다른 대로, 어떤 것은 협력하고 다른 것은 견제하면서 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얼마전 취임 50일을 갓 넘긴 이 원내대표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내다봤다. 한 야권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나 "이 원내대표가 상당히 난처한 상황일 것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그들대로, 범여권은 또 범여권대로, 누구 하나 무시할 수 없다"며 "제대로 돌파하지 못하면 얼마되지 않은 이 원내대표가 무너질 수도 있고, 반대로 잘 풀어 나간다면 기회도 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 원내대표는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최근 국회정상화의 과정에서 소통과 교감의 부족이 있었다면, 최종적으로 협상을 담당한 저의 책임"이라며 "지금보다 더 많이 소통하고, 공조하며 더 굳건한 협치의 길을 모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향해선 개혁에 대한 전향적 자세변화를, 야3당을 향해선 이해를 요청하며 '공존'의 정치를 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