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응답 땐 文대통령 외교력 타격 불가피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북유럽 순방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대화 테이블로 나오라고 잇따라 손짓했다. 앞서도 김 위원장에게 만남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감감무소식이었다. 문 대통령이 순방에서 남북·북미 간 대화 불씨를 재차 지핀 가운데 북한의 호응 여부에 따라 평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9~16일 북유럽 순방에서 경제 협력과 더불어 '한반도 평화'에 초점을 맞췄다.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압박하면서 동시에 대화의 길을 간다면 체제와 안전을 위협하지 않을 거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을 보인다면 제재 해제도 가능하기에 남·미와 대화에 나서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대화 복귀'라는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프로세스가 더는 지체돼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덩달아 한반도 비핵화 시동이 꺼졌다. 이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인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체제 계획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때문에 문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대화에 복귀하라고 수차례 강조한 것은 나름의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북한은 일방적으로 핵을 포기하라는 미국에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 치의 물러섬 없는 북미 간 신경전이 이어지자 문 대통령은 중재자와 촉진자를 자처한 바 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문 대통령은 중재·촉진 역할에 노력해왔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지난 4월 형식과 장소에 구애받지 말고 만남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침묵했다. 급기야 지난달 단거리 발사체를 잇달아 발사하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기까지 했다.
당시 외교가 안팎에선 문 대통령의 중재·촉진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문 대통령은 인내력을 갖고 꾸준히 북한에 대화를 촉구했으나 북한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순방에서도 문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북미·남북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것은 어느 정도 '리스크'가 있어 보인다.
현재로서는 북한은 북미 간 실무협상과 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제안에 반응이 없다. 다만, 주목할 만한 대목은 김 위원장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협상 의지를 나타냈다는 점이다. 따라서 비핵화 협상에서 때때로 우리 정부를 활용해온 북한이 대화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문제는 시기다.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노르웨이에서 "6월 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이전에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북미 정상 간 조속한 대화를 희망했다. 자칫 북한이 호응하지 않는다면 촉진자 역할을 자처했던 문 대통령의 외교력에 적잖은 타격이 갈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이언근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여러 방법으로 북한을 권유하고 압박했는데, 만약 북한이 무응답으로 일관하거나 대화가 성사되지 않는다면 체면을 구기게 될 것"이라며 "구체적 성과가 없다면 (향후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에 대해 여러 말을 했을 때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shincombi@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