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답변 성실히 하라" 질타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진영(더불어민주당 소속)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인상청문회에서 야당의 부동산 투기 의혹 제기에 진땀을 뺐다. "국민 정서상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사과했지만, 진 후보자는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답변을 내놓으며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7일 오전부터 진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부동산 투기 의혹과 이해충돌 등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진 후보자는 지난 2002년 아내 명의로 강남 대치동 아파트를 8억 원대에 분양받았다. 이 아파트는 곧 가격이 올라 진 후보자는 약 17억 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또 진 후보자 아내는 지난 2014년 6월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 토지 109㎡(약 33평)를 공시지가의 절반 가격인 10억2000만 원에 매입했다. 해당 토지는 2016년 재개발 사업이 재개되면서 진 후보자 아내는 약 41평 규모 아파트와 상가 2개 등 총 26억 원 상당의 분양권을 얻었다. 역시 약 16억 원 정도의 시세차익이 생겼다. 특히 용산 땅의 경우엔 진 후보자의 지역구에 속한다. 게다가 지난 2009년 재개발 문제로 6명이 사망한 '용산 참사' 발생 인근 지역이다.
이와 관련 유민봉 한국당 의원은 "용산 땅은 (진 후보자 아내가) 매입한 2년 후 건폐율이 50~60%, 용적률은 750~800%가량 올랐다. 사업성이 떨어졌던 곳이 건폐율과 용적율이 올라가는 방식의 변경안이 통과되며 가치가 확 올라간 부분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진 후보자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유 의원은 "해당 지역 역세권 개발에 참여한 업체들 대부분은 진 후보자에게 후원금을 내왔다. 그런 부분에서 이익충돌이 있을 수도 있다 해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진 후보자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가 영향력을 행사했다거나 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고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면서도 "시세차익을 많이 본 부분에 대해선 국민 정서상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들은 "답변을 성실히 좀 하라"고 지적했다.
윤재옥 한국당 의원도 "(투기 의혹) 지역은 국민 슬픔이 담겨 있는 용산 참사 지역이고, 정황상 궁핍한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서 헐값에 산 것"이라며 '딱지투자'에 대해 지적했다. 진 후보자는 "지적하시는 부분들은 충분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이채익 한국당 의원 역시 부동산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은 것에 대해 "국민들이 좌절하고 있다. 민생을 책임져야 할 행안부 장관으로서 국민들에게 진솔한 사과가 있어야하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진 후보자는 "그 부분에 대해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전과 같은 답을 되풀이했다.
이 의원은 "재개발 문제로 사망사고까지 나서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부분도 있는데, 같은 정치인이지만 자기 지역구에서 이렇게 한 것은 정말 온당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의 상식과도 맞지 않는다. 공직자로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 의원은 "매입 2년 만에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는 게 내부정보가 없이 가능하냐"고 추궁했다. 진 후보자는 "제가 그런 건 전혀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지역에 재개발 예정 지역만 70~80개가 된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또 "투자는 누가 결정했냐"고 물었고 진 후보자는 "집사람이 결정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상식적으로 1~2억도 아닌데 부부가 의논도 하지 않았고 '난 전혀 몰랐다', '정보도 없었다'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이해하겠냐"고 물었고, 진 후보자는 "재개발 지역이 많다. 구체적으로 무슨 정보가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런 거 모른다"고 반복했다.
이후로도 이 의원 질의에 진 후보자가 '아니다', '몰랐다'는 답을 되풀이하면서 청문회장 공기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이 의원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인상을 썼고, 옆에 있던 한국당 다른 의원들도 진 후보자의 성실한 답변을 요구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한편 진 후보자는 3선 국회의원을 한나라당-새누리당에서 지낸 보수진영 출신 인사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권 출범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일하다 기초연금과 관련 정부와 의견 충돌이 생기자 전격 사퇴했고, 지난 2016년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날 이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윤재옥 의원이 당을 옮겼던 사실을 언급하며 "민주당과 정체성이 같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진 후보자는 "여러 정치적 개혁을 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탈당을 했고, (민주당과) 맞는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다"고 답했다. 장관 사퇴에 대해서도 "솔직히 말하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을 포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진 후보자는 "진작에 생각했던 부분"이라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