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의혹' 김은경 구속영장 기각…"증거인멸·도주 우려 없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26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돼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윗선' 향하던 검찰 수사 차질 불가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26일 기각됐다. 이에 따라 '윗선'으로 향하던 검찰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검찰이 현재까지 확보한 증거에 대해 법원은 혐의를 입증하기에 불충분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서울동부지법 박정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구속 필요성 여부를 심리한 뒤 이날 오전 1시 50분께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판사는 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범죄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피의자가 이미 퇴직해 관련자들과 접촉하기 쉽지 않아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사찰 등을 주장한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의 폭로로 불거졌다. 지난해 12월 김 전 특감반원은 "특감반 근무 당시 환경부에서 8개 산하기관 임원 24명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가 담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 사퇴 동향' 문건을 받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문건에는 환경부 산하 기관 8곳의 이사장, 사장, 원장, 이사 등 임원들의 임기와 사표 제출 여부뿐 아니라 '현 정부 임명', '새누리당 출신' 등 임명 배경과 정치적 성향이 담겨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환경부가 '문재인 캠프' 낙하산 인사를 위해 산하기관 임원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며 김 전 장관과 박천규 환경부 차관 등 관계자 5명을 고발했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김 전 장관이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의 명단을 만들어 사표 등의 동향을 파악하도록 지시하고, 블랙리스트 인사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환경부 산하 기관 전현직 관계자 참고인 조사 및 환경부 압수수색을 통해 블랙리스트 작성에 윗선이 개입한 정황을 다수 확보한 상황에서 김 전 장관을 구속수사하며 '윗선'을 향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었지만,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검찰은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김 전 장관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고, 향후 수사 방향도 다시 설정할 방침이다.

sense83@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