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보석 석방되자 '박근혜 사면' 거론은 지지층 결집 의도?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7일 한목소리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그 속내에 관심이 쏠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6일 보석으로 석방되면서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언급한 것이다.
황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이) 오래 구속돼 계시고 건강도 나쁘다는 말씀을 들었다"며 "구속돼 재판이 계속되는 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여러 의견들이 고려된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도 같은 날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이 지나치게 높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마 국민들께서 많이 공감하실 것 같다"며 "사면 문제는 결국 정치적인 어떤 때가 되면 논의를 해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당 내에서 꾸준히 나왔으나, 직접적으로 드러내긴 부담스러운 주제였다. 그러나 최근 전당대회 즈음해서 점차 거론되기 시작했다. 황 대표뿐만 아니라 함께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나섰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사면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했다. 김진태 의원은 무죄 석방을 요구했다.
이처럼 분위기가 변한 것은 지지율 상승 등으로 인해 한국당이 자신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당은 얼마 전 5·18 망언 논란으로 인해 한차례 고비를 겪었지만, 그전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올랐다. '이영자(20대, 영남, 자영업자 지지의 이탈)' 등 여권의 지지도가 하락하는 것에 대한 반사이익이란 분석도 있지만, 지지율이 탄핵 이전으로 회복하면서 한국당이 박 전 대통령 이름을 조금씩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전당대회 토론 과정에서 커다란 쟁점이 되기도 했다. 전당대회에서 황 대표에 이어 2등을 차지한 오 전 시장은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선 찬성을 표했지만, 경선 과정에서 줄곧 '박 전 대통령을 지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황 대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견해는 갈렸지만 탄핵 이후 매장되다시피 했던 박 전 대통령의 존재가 당내에서 살아나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김진태 의원은 3등을 했지만, 경선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 핵심 지지 세력인 태극기 부대를 결집, 돌풍을 일으키며 타 후보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한국당에겐 '절호의 기회'가 됐다. 탄핵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 옹호에 소극적인 당을 버리고 집을 나간 강성 보수 세력을 결집할 수 있는 시기라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5일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까지 참배하며 '통합'을 강조하는 황 대표에게는 더더욱 중요한 타이밍이다.
아울러 황 대표 개인의 경우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죄의 메시지를 남긴 것이란 관측도 있다. 앞서 지난달 황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를 결정한 이후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그를 비판했다. 황 대표가 박 전 대통령 수인번호를 알지 못한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유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하고 국무총리로 임명한 분이 수감생활을 하고 있고, 수인번호가 인터넷에 뜨고 있는데 그걸 모른다? 거기에 모든 게 함축됐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또, 유 변호사는 황 대표가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책상과 의자를 (구치소에) 넣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으나 반입이 되지 않았다고 섭섭함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곧 배박(배신한 박근혜) 논란이 불거졌다. 황 대표 입장에선 배박 논란 등으로 인해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의심들을 거두게 하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의리 내지 사과를 전달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때 이 전 대통령이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기회를 잡은 것이다.
다만 한국당 지도부가 실제 박 전 대통령 사면을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니란 시각이 우세하다. 보석 석방된 이 전 대통령과 달리 박 전 대통령은 형이 확정된 기결수이고, 형집행정지 또한 절차가 상당히 까다로워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사면 언급을 통해 지지층 결집을 하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