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美 국제무역위원회에 대웅제약과 에볼루스 제소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톡스 균주 논란'이 재점화됐다. 메디톡스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을 '보톡스 톡신 균주 도용'을 이유로 제소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웅제약은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의 미국 진출을 방해하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와 미국 앨러간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제소했다. 메디톡스의 전직 직원이 보툴리눔 균주와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전체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훔쳐 대웅제약에 넘겼다는 게 핵심이다.
보툴리눔 균주는 미용 성형 시술용 의약품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원료다. 보툴리눔 균에 의해 만들어지는 신경독소가 보톡스의 주성분이다.
현재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와 '메디톡신'을 각각 보유,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에볼루스가 대웅제약과, 엘러간이 메디톡스와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두 회사는 2012년부터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두고 진실공방을 벌여왔다. 앞서 메디톡스는 2016년 6월 미국에서 대웅제약과 에볼루스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며, 2017년 10월 미국 법원에서 "이 문제는 미국에서 다툴 일이 아니므로 한국에서 별도의 소송을 진행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현재 두 회사는 국내에서 별도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메디톡스의 제소를 두고 대웅제약 나보타의 미국 진출을 방해하기 위한 공작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웅제약은 지난 1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 Jeuveau)'의 최종 품목허가 승인을 받은 바 있다.
반면 메디톡스는 지난 2013년 9월 보툴리눔 톡신 '이노톡스'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미국 앨러간과 체결했지만 임상시험 등을 이유로 미국 출시는 현재까지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 법원에서 '한국에서 소송을 진행하라'는 판단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송 외에 또다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를 한 것은 나보타의 미국 진출을 방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대웅제약 관계자는 "나보타 허가를 예상해 미국 진출을 방해하기 위한 전형적인 시장진입 방어전략"이라고 일축했다. 미국에서 통상적으로 위협이 되는 경쟁사 진입을 막기 위해 진행하는 발목잡기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한 이것은 앨러간과 메디톡스가 대웅제약 나보타의 우수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큰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동일한 취지로 반독점법 소송에 휘말렸던 앨러간이 미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의 의사와 소비자들의 선택을 제한하기 위한 또다른 시도의 일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내용상으로도 그동안 메디톡스가 근거 없이 제기했던 주장과 전혀 차이가 없다"며 "FDA 허가는 물론, 나보타의 미국시장 사업화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은 에볼루스와 함께 이번 사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뿐만 아니라 예정대로 올해 봄 미국 시장에서 나보타를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메디톡스 관계자는 "미국 ITC에서 본 사안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밝혀주길 기대한다"며 "대웅제약이 지금이라도 공개토론 등을 통해 나보타 개발 과정에 관련된 모든 의혹에 대해서 명백히 밝히고, 한국 바이오 산업 발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재차 촉구했다.
js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