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文대통령 방문 이후 '수제화 거리'는?

지난 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수제화 거리에서 행인을 찾아 보기 힘들었다. 한 수제화 상점 직원은 지난달 3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제화 거리 다녀간 이후 큰 변화는 없었다고 했다. /성수동=신진환 기자

유동인구 적어…"주차 문제 해결하고 볼거리·먹거리 만들어야"

[더팩트ㅣ성수동=신진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수제화 거리를 다녀간 뒤로 반짝 특수가 있긴 있었어요." (한 수제화 직원 조모 씨)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찬 바람이 제법 불었던 지난 1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역 1번 출구 인근. '성수 수제화 거리'라는 글귀가 쓰인 간판과 깃발이 거리 곳곳에 있었다. 검은색 컨테이너식 건물이 인도를 따라 길게 늘어서 있었다. 모두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끔 통유리로 된 구조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일 직접 수제화 거리를 방문, 가계 동향을 살피고 창업가들을 격려했다.

이날 오후 수제화 거리는 한산했다. 20여 분 밖에서 행인들을 살펴봤지만, 거리를 오가는 사람은 20여 명에 불과했다. 통상 퇴근 시간 전인 오후 5시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유동인구는 많지 않아 보였다. 멋스러운 구두가 가득 전시된 상점 안을 들여다보면서 길을 걷는 이들은 극소수에 그쳤다. 상권이 죽은 듯 보였다.

남성화를 판매하는 한 가게로 들어갔다. 가죽 특유의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3~4평 남짓한 공간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던 중년 남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떻게 오셨냐"며 반색했다. 취재진임을 밝히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그는 점원이라고 밝혔다. 진열된 구두 가격대는 20만 원 중반대였다.

한 수제화 상점 직원 조모 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다녀간 이후 반짝 특수가 있었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진 것은 손으로 꼽을 정도라며 인건비를 버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성수동 수제화 거리.

익명을 요구한 A 씨는 체감 경기와 매출에 대한 질문에 "경기는 늘 안 좋죠. 언제 경제를 걱정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냐"면서 "특히 요즘은 사정이 더 좋지 않다. 비수기 탓도 있겠지만, 개시를 걱정할 정도로 최근 매출은 좋지 않다"고 멋쩍어했다. 그럭저럭 판매가 괜찮은 성수기는 봄과 가을이라고 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다녀간 효과를 보지 못했냐"는 물음에 "문 대통령이 왔다 간 가게가 맞느냐는 질문은 많이 들었다. 실제 구매까지 이어진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면서 "여기 말고 길 따라 뚝섬역 쪽으로 쭉 걷다 보면, 여기와 똑같이 생긴 건물들이 있는데, 대통령은 거기를 다녀갔어요"라고 설명했다.

다른 가게도 사정은 비슷했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직원 B 씨는 "이따금 단골이 찾는 것 외 신규 손님은 최근 없었다"며 "문 대통령이 수제화 거리를 다녀간 이후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설 연휴와 졸업 시즌 특수도 없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일부 상점은 내부에 불은 켜져 있었으나 문이 굳게 잠긴 곳도 있었다.

뚝섬역 방면으로 7~8분쯤 걸었더니 똑같이 생긴 건물이 나왔다. 외벽이 팥색이라는 정도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구두 외에도 수제 가방을 파는 상점도 있었다. 이곳에서도 행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전동차와 자동차 소리가 요란히 울리는 수제화 거리 상점의 '생존'이 걱정되기까지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일 서울 성동구 수제화 거리를 방문해 구두를 직접 맞추고 수제화 업체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청년 창업자 윤지훈 컴피슈즈 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구두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5년 동안 가게 직원으로 일해왔다는 조모 씨는 "수제화 특성상 온라인으로 장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저희는 제 월급과 사장님이 수익을 조금 가져가는 수준으로 벌고 있다. 사장님은 35년 동안 이 업계에 있어서 충성 고객이 있는데, 그분들 덕분에 수익을 올리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반짝 특수랄까. 대통령 구두 만든 곳인가요?'라고 묻는 손님들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실제 구매로 이어진 것은 손으로 꼽을 정도"라고 웃음을 보였다.

지난 3일 문 대통령의 구두를 만든 윤지훈(38) 컴피슈즈 대표는 신규 고객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재방문한 고객도 있었고, 물어물어 찾아오신 분도 있었다"며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윤 대표는 문 대통령과 관련한 질문에는 미안함을 표하며 말을 아꼈다. 다만, 문 대통령의 구두를 만들 때 더 세심하고 기쁘게 작업했고, 무엇보다 부모님이 좋아하셨다고 했다.

청년 창업자 윤 대표는 수제화 업계의 명맥이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랐다. 그는 수제화 거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 '주차 문제와 주변 환경 개선을 꼽았다. "근처엔 공장과 회사들이 많다. 성수동 카페 거리가 있지만, 이곳과 거리가 멀어서 누군가 주변 괜찮은 곳을 물어보면 추천하기도 곤란하다. (번화가와) 동떨어져 있는 수제화 거리 주변에 먹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하면, 손님들이 늘 것으로 생각한다. 또 주변에 주차 공간이 없어서 발길을 돌리는 손님들도 있었다. 넉넉히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수제화 거리가 좀 더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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