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총수 대부분 자택서 경영 구상 몰두할 듯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번 설날 재계는 다소 조용한 명절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총수 대부분 별다른 일정 없이 자택에서 시간을 보낼 전망이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국 출장을 앞두고 있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 총수들은 이번 설 연휴 기간 대부분 자택에 머물며 올해 경영 구상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경영 환경을 돌파하기 위한 신사업 투자 등 그룹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현안이 쌓여 있는 만큼 휴식보단 경영 전략의 틀을 구상하는 데 주로 시간을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새해 들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미래차 개발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며 현장 곳곳을 누비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수소 사회'와 관련된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만남' 행사에 참석해 수소차 등 친환경차 분야에 향후 4년 동안 5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이후 17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수소 경제 전략보고회에 참석했다. 지난달 30일에는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를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와 만나 미래차 개발 현황 등을 소개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이어갔다.
정부가 수소 사회에 힘을 주고 있는 만큼 해당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현대차를 이끄는 정의선 부회장의 역할이 더욱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번 설 연휴에도 '수소 플랜' 구상에 몰두할 전망이다. 수소차 외에도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성공적인 운영, 지배구조 개편 등 눈앞에 놓인 경영 현안이 산적하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 신년회, 대한상의 신년인사회, SK 내부 행사, 청와대 기업인과의 대화, 다보스포럼 등 이달 누구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설 연휴에는 특별한 외부 일정 없이 경영 구상에만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반도체·소재, 에너지 신산업, 헬스케어, 차세대 ICT, 미래 모빌리티 등 5대 중점 육성 사업을 선정해 80조 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고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재계 총수로 첫 설 연휴를 맞은 구광모 LG그룹 역시 자택에 머물면서 휴식하는 동시에 경영 방향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미래 준비를 위한 경영 구상이다. 재계에서는 조만간 구광모 회장이 전장·인공지능(AI)·로봇 등 신사업 분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수합병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재계 서열 1위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도 조용한 설날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주로 자택에 머물면서 다른 총수와 마찬가지로 경영 현안 해법과 미래 신사업 구상을 하며 설 연휴를 보낼 예정이다.
다만 설날 연휴가 다 지나가기 전에 중국 출장을 떠날 가능성이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달 초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현지 근로자를 격려하고 공장 현황을 점검하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시안 출장을 기준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전략을 다시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이다.
재계는 5대 그룹 총수 중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설 연휴 움직임을 가장 주목하고 있다. 앞서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여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설 명절에 가족과 만나자"는 내용으로 신동빈 회장에게 '초대 편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이 이에 응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단 롯데그룹 측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초대 편지'에 대해 "가족 간에 오간 이야기를 보도자료로 배포하는 것 자체가 순수한 동기로 보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재 신동빈 회장은 일본에 머무르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과 만남이 성사되려면 설날 당일인 5일 이전에 입국해야 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일본에서 사업을 챙기고 있다"며 "조만간 귀국할지, 연휴가 끝날 때까지 계속 일본에 머무를지 등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