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폭염 속…BMW 차주도 서비스센터 직원도 '고통'
[더팩트 | 마포 = 이한림 기자] BMW 서비스센터가 BMW 차량 화재로 인한 '리콜 사태'에 찌는 듯한 더위 속 몸살을 앓고 있다.
BMW코리아가 지난달 31일 전국 61개 서비스센터에서 24시간 긴급 안전 진단을 받을 수 있게 조치했으나 리콜 대상 차량이 10만6000여 대에 달해 현장은 과부하가 걸린 모양새다. 24시간 문의가 가능하다는 고객센터 전화와 애플리케이션 등 온라인 안전 진단 등 접수 창구가 여전히 먹통이라는 점도 서비스센터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지금은 고객 문의가 많아 상담 연결이 지연되고…"라는 자동음성음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서비스센터를 직접 방문해야하는 상황이다.
<더팩트> 취재진이 지난 2일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코오롱성산 서비스센터를 찾아 현장을 살펴 보니 BMW 차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BMW 코오롱성산 서비스센터는 마포구청 삼거리에서 성원초등학교 방면으로 BMW, 지프, 재규어, 메르세데스-벤츠 등 수입차 브랜드부터 현대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산차 브랜드까지 각 사별 자동차 정비소들이 밀집해 있는 곳에 가장 큰 규모로 위치해 있다. 이곳은 평소에도 고객들의 문의와 내방이 잦은 BMW 차량 정비의 요충지로 꼽힌다.
성산 서비스센터는 이날도 여느 때처럼 분주해 보였다. 그러나 곧바로 불편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정문에서 BMW 차량들을 안내하는 직원들과 서비스센터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상황 대기중인 직원들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정문 앞에 줄지어 대기한 BMW 차량의 차주들도 타는 듯한 햇볕을 손으로 가리며 눈을 찡그렸다.
추가로 고용된 인력도 있었다. 정문에서 들어오는 차량을 안내하는 직원은 정비복을 입지 않은 양복 차림으로 고객들을 안내했다. "저는 이번에 고용되서 잘 모릅니다. 안쪽에 여쭤보세요"라는 대답을 듣고 센터 입구로 향했다.
입구 앞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던 정비사를 만났다. 파란색 바탕에 하얀색 글씨로 'BMW SERVICE'가 쓰여진 조끼를 입고 차주들을 응대하고 있는 한 정비사는 "촬영, 취재 안됩니다"며 "지금 저희로써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하던 일을 계속했다.
입구 건너편에서 BMW 차량들을 안내하고 있던 성산 서비스센터 관계자도 "취재하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땀을 연신 훔쳤다. 이 관계자는 "차주들이 고객센터에 전화해보고 전화가 안되니 직접 찾아오시는 것 같다"며 "1일부터 들어오는 차량들이 급격히 늘었고 리콜 대상 차량이나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도 많다"고 말했다. 하루 몇 대나 안전 진단을 실시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열심히 해봐야죠"라며 말을 아꼈다.
BMW코리아는 지난 1일 총 10만6371대의 리콜 대상 차량에 대한 긴급 안전 진단을 오는 14일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리콜 전담 고객센터와 서비스센터를 24시간 맞교대로 가동 중이다.
BMW코리아는 전국 61개 서비스센터로 확대한 지난달 31일 총 3289대의 긴급 안전 진단을 완료했으며 7000여 대가 진단 예약중으로 하루에 총 1만 여대 안전 진단 일정을 소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계산하면 서비스센터 한 곳에서 하루에 160여 대를 점검해야 1만 대를 소화할 수 있다. 이후 20일부터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모듈 개선품 교체를 본격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안전 진단을 받는 것도 벅차다는 입장이다. 또 BMW코리아가 밝힌 안전 진단 일정이 소화 가능한 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의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전화 및 온라인 고객망을 더욱 확충하거나 자가 진단 메뉴얼 등을 문자로 발송해야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날 안전 진단을 받고 나온 한 BMW 차주는 "고객센터 전화가 안되니까 직접 서비스센터를 찾았는데 대기 시간이랑 이것저것 합하면 2시간 가량 걸린 것 같다"며 "솔직히 안전 진단을 받아도 불안한 건 사실이다. 이 더위에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나 아직 안전 진단도 못받은 BMW 차주 분들 심정은 오죽할까"라고 토로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공개할 수 없지만 원활한 긴급 안전 진단을 위해 전담 인력을 대폭 늘렸다. 또 리콜 대상 차량을 보유한 고객에게도 총 2차례 개별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며 "고객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BMW코리아는 자발적 리콜조치를 발표한 하루 뒤인 지난달 27일 리콜 대상 차량을 소유한 차주들에게 4곳(코오롱 서울 성산, 바바리안 인천 송도, 도이치 서울 성수, 동성 부산 해운대)의 서비스센터에서 오프라인 안전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520d에서 화재 사고가 두 건이 더 발생하자 소비자들은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BMW코리아는 전화, 인터넷 등 온라인 고객센터와 오프라인 공식 서비스센터의 대기 시간을 24시간으로 늘리고 안전 진단 점검 가능 지점을 전국 61개로 확대 등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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