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두문불출' 안철수, 16일 만에 '공식 사과'…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문준용 씨 취업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 모든 짐을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고 사과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문병희 기자

[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 대표가 12일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 특혜채용 의혹 제보조작' 파문에 대해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된 날이자,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제보 조작 사실을 공개하며 사과한 지 16일째 만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30분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 브리핑실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제게 있다. 모든 짐을 제가 짊어지고 가겠다. 죄송하다.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 갖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특히 늦어진 입장 표명 시점에 대해 "전 지금까지 검찰수사를 지켜보면서 깊은 자성의 시간을 보냈다. 더 일찍 사과문을 발표하라는 요청도 많았지만, 검찰 수사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봤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문준용 씨 취업특혜 의혹 제보조작 파문에 대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문병희 기자

◆ '이준서 구속' 즉시 발표한 이유는?

안 전 대표는 그동안 책임정치를 강조해왔고, 이를 실천해왔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선 그간의 행보와 달리 '사과할 타이밍'을 두 세번 놓쳤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왜 그랬을까. 무엇보다 지난해 '총선 리베이트 사건'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안 전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발언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더팩트>에 "지난해 리베이트 사건을 겪고 얻은 뼈아픈 교훈 아니겠나"라며 이렇게 말했다.

"당시 리베이트 사건 관련자들은 1심, 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주변에서 (당대표직을) 너무 일찍 사퇴한 것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비상대책위 체제로 바뀌고 당이 소용돌이치면서 국민의당은 모든 걸 잃었다."

리베이트 사건 당시 안 전 대표는 곧장 사퇴했지만 안 전 대표 사퇴 후 국민의당은 지도력 부재에 시달렸고, 대선 준비를 위한 당 체제 정비마저 늦어져 대선에서 참혹한 패배를 겪었다는 의미였다.

정치적 책임에 대한 방법론도 발표 시점을 결정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베이트 사건 때는 당 대표직을 사퇴하는 것으로 정치적 책임을 졌지만, 현재 안 전 대표는 아무런 당직도 맡고 있지 않은 데다가 대선 때 의원직을 사퇴해 '야인 신분'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2일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문준용 씨 취업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당사를 떠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남은 것은 '정계은퇴 카드' 뿐인데, 안 전 대표 측근들은 정계은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는 이번에도 정계은퇴를 불사하겠단 심정이었지만 주변 사람들이 말렸다"며 "이유미 씨가 안 전 대표 최측근이라고 하지만, 사실 최측근이라고 할 수 없는 관계"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든 (대선에서 이겨보자고) 뚜벅이 유세를 한창 하고 있던 때인데, 책임을 지려고 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막말로 정계은퇴한다고 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이들이 한둘인가. 동전 뒤집듯 바꾸는 건 일도 아닌 게 정치권인데 그런 것이야말로 구태스럽다"고 부연했다.

'정계은퇴' 만류와 더불어 조작 사건에 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인 만큼 섣부르게 결정하기보다 최종적인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입장표명을 할 것을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마음을 돌려 이날 입장을 발표했다. 이는 비난 여론이 연일 확산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안 전 대표는 최근 강원 속초시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조작 사건으로 당이 시끄러운데, 혼자 편하게 여행을 다닌다' 등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안 전 대표 측 채이배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발표 시점에 대해 "당 진상조사단에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사전에 알았는지를 명확히 확인하지 못해 명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 검찰 수사 진행 상황을 살피며 기다렸던 것으로 안다"며 "이 전 최고위원의 구속으로 사실관계가 명확해져서 오늘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문준용 씨 취업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에 대해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 갖겠다고 말했다. /문병희 기자

◆ "시간 지연, 당에 도움 안돼" VS "적절한 타이밍"

안 전 대표의 발표 시점에 대해선 당 안팎은 물론 정치권 전반의 의견이 엇갈린다. 그동안 안 전 대표의 입장 표명이 지나치게 늦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총선 리베이트 사건'과 달리 이유미 씨의 '제보조작'이 분명한 사안이었으며 대선과 직접 연관됐다는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안 전 대표가 '세 번의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문제가 제기됐을 당시 도의적인 책임을 표명했어야 했고, 두 번째는 이유미 씨 구속됐을 당시, 세 번째는 검찰이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당시 등 법적 진행에 따라 추가적인 입장 표명을 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대표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정당조직, 정당에 있어서 위기관리의 기본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책임을 규명하고 책임에 따라 입장을 밝히는 것 아니겠나. 시간을 지연시킨 것은 당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태일 국민의당 혁신위원장 역시 1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안철수·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 등 지도부의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여전히 있는 게 아니겠냐'는 질문에 "있는 정도가 아니고 어마어마한 것"이라면서 "안 전 대표가 빨리 전면에 나와서 사과를 하고 사퇴, 수습하는 것이 지도자의 도리다. (안 전 대표는) 뭐 하나에 대해 사과를 하면 다른 의혹에 제기되고 거기에 대해 코멘트 하면 다른 문제가 불거지고 이렇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주선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당 지도부는 대체로 "시의적절하게 발표했다"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안 전 대표의 기자회견 시청 후 기자들과 만나 "안 전 대표 입장에서 더는 다른 입장을 발표할 수 있겠나.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라고 평가했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 역시 이날 KBS 방송에 출연해 "사실 안 전 대표는 이유미 씨, 그리고 이준서 씨와 관계가 있기에 자꾸 나와서 이야기하면 도리어 검찰 수사에 혼선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준서 씨가 구속 확정된 후 해명한 것은 시의적절했다"고 말했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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