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3일 자유한국당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홍준표 체제'가 본격 막을 오르면서 대선 전후 홍 대표와 갈등 관계를 빚어 온 당내 최대 계파인 친박계의 향배가 주목된다.
홍 대표는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신상진·원유철 후보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홍 대표는 선거인단 투표와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총 5만1981표를 얻었다.
특히 당심을 반영하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득표율 72.3%를 기록했다. 당원들이 대표적 '비박계'인 홍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당내 홍 대표의 입지는 더욱 확대된 셈이다.
'홍준표 시대'의 한국당은 어떤 모습일까. 정치권 일각에선 '친정 체제' 구축을 위해 당내 최대 계파인 친박계와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홍 대표는 이날 당선 기자회견에서 '친박 청산' 의중을 내비쳤다. 그는 "혁신해야 한다. 점진적 변화로는 안 되고, 단칼에 환부를 도려낼 수 있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며 "혁신에는 희생이 따른다.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각오로 우리 스스로를 혁신하자"고 강조했다. 당내 혁신을 주문한 것이지만, 사실상 '친박계'를 겨냥한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과연 홍 대표는 '친박계 청산'을 단행할까. 10%대에 머물고 있는 낮은 지지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선 박근혜 정권의 부역자 역할을 한 친박계 중심인 '친박 정당'이라는 '색'을 벗어야 한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당의 정당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1.4%포인트 오른 15.9%를 기록했다. 소폭 상승했지만, 53.3%로 집계된 더불어민주당보다 3배 이상 낮은 수치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친박 청산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치권 일각의 시각이다.
하지만 대대적인 '인적 혁신'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친박계 청산 과정에서 당 내홍 사태가 불거지면 홍준표호(號)는 표류하게 될 위험성이 있어서다. 이 경우 당 쇄신은 고사하고 당이 다시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홍 대표 스스로도 "이미 친박 정당이 아니다. 새로운 한국당의 구성원으로서 전부 함께 가는 것이 옳다"면서도 "다만 국정파탄 관련자는 앞으로 혁신위원회에서 가려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때문에 홍 대표는 친박계의 반발을 최소화할 방안과 인적 혁신의 적용 범위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홍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친박계 청산 과정을 밟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유력한 시나리오 중 하나가 '비박계' 탈당 세력으로 이뤄진 바른정당 의원들의 합류 과정에서 친박계를 청산하는 것이다.
비박계 한 의원은 "홍 대표는 당 개혁작업을 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작업을 서두를 것"이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바른정당은 현재 20석으로 겨우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의원 1~2명이 한국당으로 합류하게 되면,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된다. 그럴 경우 유승민계 의원을 제외한 의원들이 한국당으로 대거 합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친박계를 솎아낼 수 있다. 친박계에선 반발할 명분도 없다."
전대를 통해 최고위원직에 오른 김태흠 의원은 강성 친박계 인물로 꼽히는데, 최근에는 계파 색을 벗고 홍 대표와 결을 맞추는 모양새가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일각에서는 홍 대표가 당권을 거머지면서 친박계는 자연 도태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3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친박계가 현역 국회의원인데 청산이 가능하겠느냐"고 되물으면서도 "그런데 친박계는 현재 구심점이 없기에 자연적으로 소멸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김 원장은 "친박계 가운데 절대적으로 국민 신뢰를 받는 정치인이라든가 차기 서울시장 등 큰 자리를 겨냥한 인물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존해서 형성된 친박계가 박 전 대통령이 구속돼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힘이 살겠느냐"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친박계는 관망하는 자세를 취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대가 끝났고 당장 당내 경쟁할 과정이 없으며 의원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은 상황이기에 자연스럽게 지나갈 것 같다"며 "그러나 내년 지방선거 공천 문제가 걸려있는데, 당의 이합집산이 그 전까지 생기지 않는다면 홍준표 체제가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