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더킹' 정우성 "천만관객 돌파 공약? 넘고 보겠다"

배우 정우성은 더킹의 천만관객 돌파 공약을 묻자 일단은 우선 넘고 그때가서 보겠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NEW 제공

[더팩트|권혁기 기자] 지난 1994년 고소영과 호흡을 맞춘 영화 '구미호'로 데뷔한 배우 정우성(44)에게 천만 관객을 모집한 작품은 아직 없다. '감시자들'이 550만여명,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668만여명으로 필모그래피 중 흥행작으로 꼽힌다.

그런 그에게 영화 '더킹'(감독 한재림·제작 우주필름)은 올해 첫 천만영화를 기대케 할만큼 호평을 받고 있다. '더킹'은 아버지(정성모 분)가 검사에게 맞는 모습을 보고 검사를 꿈꾸던 박태수(조인성 분)가 사법고시 패스 후, 검사계의 신화 한강식(정우성 분) 부장검사 라인을 타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지방에서 서울 중앙으로 무대를 옮긴 박태수는 선배 양동철(배성우 분) 검사와 한강식을 따르며 목포 조직폭력배 김용수(김의성 분), 그의 오른팔 고향 친구 최두일(류준열 분)과 대한민국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슬로우파크에서 만난 정우성에게 "'더킹'이 첫 천만영화가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돌파시 공약이 있다면 듣고 싶다"고 하자 그는 "사실 공약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넘고 보겠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다음은 "관객이 1000만명이 넘으면 영화 속 클론의 '난' 안무를 실제로 보고 싶다"는 말에 "그건 개인적인 바람 아니냐"며 웃어 넘긴 정우성과의 일문일답.

-'더킹'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풀이방식이 매우 유쾌했죠. 현실적인 문제를 한재림 감독님의 말처럼 '마당놀이같은 해학과 풍자'로 잘 풀어냈기에 끌렸습니다.

-완성된 작품을 본 소감이 궁금하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영화가 됐다는 생각이 맨 처음 들더라고요. 보편적인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들이 많으면서, 보편적인 문제의식이 두루 잘 갖춰진 영화가 됐더라고요. 영화는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연출, 촬영, 음악, 연기의 무게 중심 등 걸림돌이 없더라고요.

열일이요? 자연스러운 행보죠. 정우성은 지난해 아수라에 이어 올해 더킹까지,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NEW 제공

-첫 등장이 매우 인상적이다. '관상'의 이정재에 버금간다는 평가도 있다.

사실 시나리오에서 한강식의 일장연설을 보고, 자극을 받았어요. 첫 등장이기 때문에 멋져야한다? 그런 것보다는 한강식스럽게 표현하고 싶었죠. 박태수가 바라보는 위엄있는 검찰의 전설인데, 그건 한강식의 내면을 알기 전의 모습이잖아요. 일장연설을 통해 박태수의 가치관에 혼란을 주는 아이러니한 인물로 보이고 싶었어요. '관상'에서의 이정재도 매우 멋지게 등장하는데 한재림 감독만의 스타일이 있는 것 같아요. 전혀 다른 캐릭터지만요.

-한강식을 표현하는데 주력한 부분이 있다면?

저 스스로 한강식을 보면서 비아냥거리고 싶었죠. 그럴싸한 품위를 갖고, 외피 안에 다른 내면, 사림으로 가득찬, 비뚤어진, 하지만 항상 무언가로 무장하고 있는 한강식을 비아냥거리는 모습으로 바라보고 싶었어요. 그런 비웃음을 관객에게서 이끌어내고 싶었죠. 그런 바람을 형상화시켜 더 자극적으로 묘사하고 싶었습니다.

-영화에서 두 번의 댄스를 소화했다. 자자의 '버스 안에서'와 클론의 '난'까지. 에피소드가 있다면?

조인성, 배성우와 같이 연습 시간을 잡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따로 연습을 했죠. 두 분이 연습한 영상을 받아 보기도 했고요. 배움에 있어 거리낌이 없는 성격이라 재미있었습니다. '더킹'이 아니면 제가 언제 '난'을 쳐보겠어요?(웃음) 재미있게 연습했어요. 유쾌함을 즐긴다는 건 살면서 중요한 부분이기에 포기하고 싶지 않죠.

-작년 '아수라'부터 열일을 하고 있다.

데뷔 초부터 어느 순간까지는 고지식하게 일을 했던 것 같아요. 젊은 날의 나를 돌이켜보니, '왜 이렇게 작품 수가 적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멜로를 더 했어야 했고, 다양한 작품을 했어야 했는데, 고지식하게 일했다는 생각이 들자 작품에 대한 욕심이 자연스럽게 생기더라고요. 또 영화 산업이 커지면서 작품 수도 많아지고 '필요'가 커지면서 밟은 자연스러운 행보 아닐까요?

-'아수라'와 비교했을 때 '더킹'은 매우 색깔이 다른 영화다.

'아수라'의 한도경을 연기하면서 힘들기는 했죠. 심리적으로요. '더킹'의 촬영이 없었다면 빠져나오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아수라' 촬영이 끝나자마자 '더킹'에 들어갔는데, '더킹'을 하면서 심리적인 치유가 된 것 같아요. '더킹'에 온전히 몰입을 했죠. 사실 '더킹'을 선택할 때 용기가 필요했죠. 시국도 지금과 달랐고요. 최고 권력이라는 검사, 정치검사라는 얘기가 있지만 제대로 밝혀진 게 없고 바로 잡을 의지도 없었으니까요. 그런 것에 대한 문제 의식을 영화로 만든다는 것은 저항세력과 맞닥뜨릴 수 있는 내용이었으니까요. 그런 것에 대한 용기였고, '더킹'과 '아수라'가 일맥상통하는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관점의 중요성을 피력한 정우성. 정우성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는 부분에 대해 사회가 바라보지 못하는 관점의 제시를 조심스럽게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NEW 제공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

영국 런던에서 뉴스타파 기자에게 처음 들었어요. 표현한다는 사람들 중에 정치적인 발언을 심하게 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지 않나요? 저도 그런데 그렇게 바라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죠. 큰 소신이나 정치적 이념을 갖고 얘기한다기 보다는 당연한 얘기를 당연하게 못하는 것에 대한 불합리함은 느낍니다. 배우라는 직업을 오래 갖고 있다보니 파급력이나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말을 조심히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식 선에서, 혹은 사회가 바라보지 못하는 관점의 제시를 조심스럽게 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어떤 제시가 있을 수 있겠나.

20년 이상 경력에 선배가 되고, 사회에서는 기성세대가 돼 가고 있죠. 그러면 내가 동시대를 살고 있는 후배들이나 어린 세대에게 무얼 얘기할 수 있을까? 영화배우니까 영화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걸 해도 자연스러운 나이인 것 같아요.

-40대 중반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좋은 면이 많은 것 같아요. 안 좋은건 회식에 대한 부담?(웃음) 체력저하도 있죠. 회식 끝나고 다음날 인터뷰가 있으면, 술이 안 깨더라고요. VIP 시사회가 끝나고 젊은 배우 중에 2차를 얘기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도망가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도 이제 뭔가 조금씩 보이는 것에 대해 바른 표현을 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어떻게 보면 젊은 시절의 정우성보다 지금이 더 자유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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